물가상승률 석 달째 5%대…한은 금리인상 '딜레마'

이호연 2022. 11. 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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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째 5%를 웃돌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고(高)물가가 꺾이지 않아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거세지면서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과 144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을 보면 한은이 오는 24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밟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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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물가 5.7%·근원물가 5% 육박
美 0.75%p 인상 유력...금리격차↑
24일 금통위 앞두고, 의견 엇갈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10년만에 3%로 상향했다. ⓒ 한국은행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째 5%를 웃돌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고(高)물가가 꺾이지 않아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거세지면서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일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물가 전망경로는 하방리스크와 상방리스크가 혼재돼 불확실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7%가 올랐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6.3%까지 오른 뒤 8월 5.7% 9월 5.6%, 세 달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4.8%가 올랐다. 13년 8개월만에 최고치다.


물가상승률과 144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을 보면 한은이 오는 24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밟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시장 혼란 속에서도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에 두고 있음을 거듭 밝혀왔다. 특히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점진적 금리 인상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3.25% 구간이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4.4%, 내년 연 4.6%로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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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여파로 변수가 생겼다. 시장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며 돈줄을 죄는 가운데, 채권시장 경색으로 유동성 공급에 비상이 켜진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에 이어 한은까지 한시적으로 6조원 규모의 RP매입을 공급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큰 폭의 금리인상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을 다수결로 결정짓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주상영, 신성환 의원 등 2명은 빅스텝에 반대했다. 이들은 과도한 긴축이 경기를 오히려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5%에서 3.0%까지 올렸다.


소수의견을 낸 한 위원은 “기조적 고인플레이션 흐름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할 때 최근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중후반 국내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 역시 경기와 고용을 과도하게 수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기준금리 상단은 3%대 초반이라고 제시했다.


반면 나머지 조윤제, 서영경, 박기영, 이승헌(부총재) 등 4명은 0.5%p 인상을 주장했다. 이들 중 한 위원은 “기준금리의 큰 폭 인상은 외환시장의 한 방향 기대 심리를 완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까지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통위는 오는 3일 미국 FOMC 결과를 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례회의에서는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의 기준금리 상단 격차는 0.25%p에서 1%p까지 벌어진다. 기축 통화국인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너무 높으면 자본유출과 원화 약세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양국 역대 최대 역전폭은 1.5%p(1996~2001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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