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에 기류 급변, 이상민·윤희근 경질론 확산..野 “한덕수·오세훈도 책임”
애도기간 이후 여야 참여 ‘사고조사 특위’ 제안
野 ‘총리 농담할 땐가’ 비판, 오 서울시장 사퇴 주장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금보령 기자, 권현지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접수 녹취록’ 공개를 계기로 여당에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전날 책임을 묻겠다며 태세전환을 한 야당은 총리 책임론은 물론이고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까지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번 주 애도기간이 끝나면 진상규명과 함께 행안부 장관 등 교체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진행된 비대위 회의에서 "네 번이나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 조치가 왜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그리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사고 전까지 모두 12차례의 급박한 구조신호가 있었다"며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 국민 여러분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어제 112·119 신고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며 "(국가애도)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분위기는 전날과 크게 달랐다. 전날까지만해도 이상민 장관 경질에 대해 "지금 파면 얘기를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사태수습이 먼저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경찰이 십여 차례 신고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국민의힘의 초선 의원은 "녹취록을 보고, 의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경질, 사퇴 없이는) 어렵겠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당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애도 기간이 끝난 뒤 여야가 참여하는 ‘이태원 사고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애도 기간 직후 국민의힘 내에 따로 특위를 만들 예정이다.
다만 ‘경질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장관, 윤 청장 등에 대한 경질설’ 질문이 나오자 "일단 진상 규명, 사실관계에 대한 원인 규명 이런 게 다 이뤄진 다음에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윤 청장 경질 요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덕수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책임을 지적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할 총리가 외신 기자 간담회를 하면서 농담을 했다. 농담을 할 자리인가"라고 직격했다. 또 행정안전부가 지방정부에 내린 공문에 영정사진, 위패 생략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이 울부짓는 와중에 이게 무슨 큰 일이라고 공문에 써서 지시하나"라면서 "어떻게든 국민들의 분노를 줄이고 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꼼수"라고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49명의 사상자(사망 32명 부상 17명)를 낸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언급하며 "사고 당일 (이영덕) 국무총리가 사의표명을 했고 (이원종) 서울시장도 문책성으로 경질된 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 행안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은 애도와 추모를 해왔지만 이제는 원인이 규명되고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으로 돌입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야당으로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고 원인을 규명한 다음에"라며 "현재는 진상 확인에 주력할 때"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지만 정부 책임론에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게 쉽진 않다. 여권 일각에서는 연말연초로 예정된 개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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