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公 사장 뽑는데 '자동차 계획' 제출…"호남인은 하층민"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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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의회 "전문성 부족…청문 중단"
"서울에 가니까 (호남 사람들이) 깡패, 사기꾼, 다방 레지(종업원), 구두닦이, 전부 하층민들이었습니다. 광주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전북에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지난달 31일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서경석(65)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가 한 말이다. '광주 출신으로 전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이에 대해 "임대주택을 지어야 할 기관의 장이 하층민이라는 표현을 썼다. 임대주택 사는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냐", "광주 중심 사고를 드러냈다" 등 비판이 쏟아지자 서 후보는 사과했다.
전북도 산하 공기업인 전북개발공사 사장 후보에 대한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사청문위원회는 2일 "서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재산 자료 제출도 거부해 청문 절차를 중단하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북도의회가 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2019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처음이다.
도지사의 인사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한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는 전북연구원·군산의료원·전북신용보증재단·전북개발공사·전북문화관광재단 등 5개 기관을 대상으로 해오다 지난 9월 전북테크노파크 등 4개 기관이 추가됐다.
인사청문 위원 12명은 서 후보 전문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서 후보 직전 경력은 현대건설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이지만, 홍보와 대관 업무를 맡았을 뿐 건설 실무 경험이 없다. 기아자동차에서도 광주전남지역본부장, 정책지원팀 전무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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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여러 자질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
전북개발공사는 1998년 12월 전북도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해 만든 지방공기업이다. 주로 임대주택과 산업단지·관광시설 등을 짓는다. 하지만 서 후보는 사장 공모 때 낸 직무 수행 계획서에 개발공사와 무관한 자동차 분야 인프라 구축 계획을 열거했다.
김성수 도의원이 "마치 전북개발공사를 위한 것처럼 포장해 당초에 (계획서를) 제출한 거냐. 전혀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지원했냐"고 따지자 서 후보는 "그렇다"고 했다.
도의회 인사청문회는 파행으로 끝났지만, 최종 임명을 결정하는 절차는 아니어서 김관영 전북지사가 서 후보 임명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협약식에 따르면 (도의회에서) 청문회를 마치고 경과보고서를 이틀 안에 작성해 (전북도로) 송부하게 돼 있다"며 "(2일까지) 의견이 오면 그것을 보고 (임명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인 하층민' 발언에 대해선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호남 사람들을) 하층민이라고 깎아내린 게 아니라 '자기(서 후보)가 서울에 올라가 보니 호남 사람들이 굉장히 어렵게 사는 와중에도 열심히 해왔기에 (본인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 여러 자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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