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112 신고 외면… 또 다시 '경찰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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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1일 오후 공개한 이태원 참사 전 112신고 녹취록은 경찰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강도 높은 감찰로 사실관계 확인을 약속했으나, 녹취록 공개로 악화된 여론 속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이태원 참사 112신고 녹취론은 이전과 달리 경찰이 자발적으로 먼저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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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 전후로 급증했지만
긴급 '코드0' 발령 한 차례뿐
경찰 '안일한 판단' 책임 커져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경찰청이 1일 오후 공개한 이태원 참사 전 112신고 녹취록은 경찰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녹취록에는 이태원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 참사 조짐이 나타나는데도 경찰이 안일한 판단으로 사고를 막을 기회를 번번이 놓치는 정황이 드러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강도 높은 감찰로 사실관계 확인을 약속했으나, 녹취록 공개로 악화된 여론 속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첫 신고가 이뤄진 시점은 참사 발생 3시간 41분 전인 오후 6시34분이었다. 한 시민이 "골목에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다"고 했다. 경찰은 당시 이 신고를 '코드2'로 분류했다고 한다. 코드2는 생명·신체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있거나 범죄예방이 필요한 경우로 취급된다. 쉽게 말해 '비긴급 상황'을 지칭한다. 그만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풀이 가능하다.
이후 신고는 오후 9시 전후로 급격히 늘어났다.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다",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란 내용의 신고가 이어졌다. 참사 4분 전인 10시11분에는 비명소리도 포함돼 있다. 이 당시에도 경찰이 가장 긴급을 요하는 코드0를 발령한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이마저도 현장에선 인파가 줄어 사고 위험이 적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상황을 종결했다고 한다.
녹취록 공개 이후 이번 참사에 대한 경찰의 책임론은 급부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직접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여야 대변인은 한목소리로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참사 나흘째인 전날 대응 미흡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약속했다. 경찰청도 녹취록을 공개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뼈를 깎는 각오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과 자성 노력에도 급속도로 악화된 여론을 진정시키긴 어려운 것이란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경찰이 112 신고 대응 미흡으로 곤혹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2012년 오원춘 사건 당시였다. 녹취록에는 피해자가 위태로운 상황을 거듭 전하는데도 경찰이 당시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겼다. 이 녹취록이 공개되자 경찰의 초동 대응 미흡이 도마 위 올랐고, 결국 당시 조현오 경찰청장이 해임되기에 이르렀다.
다만 이번 이태원 참사 112신고 녹취론은 이전과 달리 경찰이 자발적으로 먼저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 오원춘 사건 당시만 해도 경찰은 공공정보공개법 등을 들어 공개를 거부했다. 경찰 입장에선 과거 사례를 통해 책임론은 물론 여론이 급격히 악화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의지의 표현을 한 셈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감찰은 경찰청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한 특별감찰팀에서 맡게 된다. 감찰 결과 직무유기나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윤 청장은 전날 사퇴 의향을 묻는 질문에 "나중에 (감찰과 수사) 결과가 나왔을 때 그(미흡)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시점이 됐든 상응한 처신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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