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도 핼러윈 행사 가려고 했는데..." 80대 노인도 함께 울었다
[김재우 기자]
▲ 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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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희생되신 분과 가족들을 위해 애도하고 싶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태국 여성이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156명의 안타까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추모 행렬이 어제(1일) 밤 늦게까지 서울광장에 이어졌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추모객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국화 한 송이를 들고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렸다. 차가운 바람이 광장에 흩어진 낙엽을 휩쓸고 지나면서 속절없이 떠나간 청춘들의 못다 핀 꿈을 실어 나르는 듯했다.
20대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눈물 흘린 분향소
80대 할아버지도 분향소를 찾았다. 평택에서 왔다는 이아무개씨(82세)는 "대학생인 손주가 친구들을 태우고 핼러윈 행사에 가기로 했는데 그날 아파서 가지 못했다. 참석했으면 어찌 됐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 1일 밤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친 시민들이 방명록에 추모의 글을 남기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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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 생활 중이라는 진아무개씨(여, 26세)는 "사고 다음 날 이태원에 가기로 친구들과 약속이 돼 있었다. 하루 차이로 운명을 달리 한 또래들이 너무 불쌍해 자꾸 눈물이 난다"며 흐느꼈다.
▲ 대만에서 연기자 생활을 한다는 여성 W씨(25세)가 한국어로 번역된 글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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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를 찾은 외국인들... "아픔 함께한다"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대만에서 연기자 생활을 한다는 여성 W씨(25세)와 일행은 "촬영차 서울에 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안타까운 마음에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한 뒤 "미안하다, 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애도하고 싶습니다"라고 한글로 번역한 글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필리핀에서 한국 관광을 왔다가 참사 뉴스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들렀다는 필리핀인 M씨(남, 36세)와 H씨(여, 34세) 부부는 유모차에 3살 아들을 태운 채 분향소를 찾았다. 그들은 "희생되신 분들의 가족과 아픔을 함께한다"고 밝히며 자리를 떴다.
해외 언론들의 취재도 계속됐다. 알자지라 방송은 한국 특파원을 연결, 현장의 추모 분위기를 생방송으로 전했다. 미국 NBC와 CNN, 영국 BBC,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도 추모 행렬을 따라 보도를 이어갔다.
여야 정치권, 헌화 이어져
정치권의 조문도 이뤄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채익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련 위원회 의원들은 같은 날 오후 3시경 분향소를 찾았다. 이 위원장은 "거듭 거듭 국민 여러분과 또 유족 여러분, 부상자 가족 여러분께 정중히 집권여당으로서 죄송하고, 정말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며 "하루속히 이태원 이번 참사가 잘 수습이 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과 입법, 예산 모든 부분에 온 힘을 다 쏟겠다"고 밝혔다.
▲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추모기간 동안 '마음 상담 및 일반진료'를 시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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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심리 상담' 현장 진료소 운영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분향소 왼편에 설치한 '마음 상담 및 일반 진료를 위한 의료지원센터'에도 심리 상담을 받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고 당일 현장 옆의 골목을 지나다 빠져나왔다는 여성 김아무개씨(25세)는 오후 8시 50분경 상담을 마친 뒤 "현장을 목격한 이후로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고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꼭 필요하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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