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최초 신고자 "웃으며 골목 올라가던 사람들…무서웠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 “사람들이 엉켜서 잘못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며 112에 최초로 신고했던 A씨는 “당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무서울 지경이었다”고 밝혔다.
이태원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골목) 위에서 한번 공포를 느꼈다”며 “세계 음식 문화 거리를 구경하는데 그 위에도 이미 (사람들과) 몸이 뭉쳐서 같이 다녔고, 제가 의지로 움직일 수 없는 정도였다. 위에서 떠밀리면서 중학생 딸과 남편을 놓쳤다”고 했다.
A씨는 “저와 키가 비슷한 딸과 같이 오다가 (인파로) 빽빽한 사이에서 딸을 쥐고 가려고 하면 더 위험해서 제가 한쪽으로 살짝 빠져서 공간을 만들고 딸이 내려갔고, 그때 딸과 남편을 놓쳤다”며 “그쪽 길을 잘 알기 때문에 사고 난 지점이 비탈이니까 자신이 없어서 직진해서 해밀톤 호텔 안 옷가게로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골목 밑으로) 내려와서 딸과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나온 사람들이 웃으면서 아무 상황을 모르고 그 골목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정말 무서웠다”며 “위에 많은 사람들이 정체돼서 꼼짝도 못 하는데 1번 출구에서 어마어마한 인구가 올라와서 그 골목으로 올라가는 걸 보니까 끔찍한 생각이 들어서 112에 전화를 했다”고 신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태원을 잘 알고 있다는 A씨는 “금요일, 토요일에 사람이 많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다닐 수 있는데, 그날은 무슨 콘서트장에서 꽉 조이는 정도였다”면서 “저희가 내려올 때는 6시가 조금 넘었을 때인데 미취학 아동들을 목마를 태우는 아버지도 있었고 유모차 밀고 내려오는 엄마도 있었는데 그분들도 어떻게 내려왔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고 후)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면서 거기(사고 현장)에서 젊은 사람들한테 ‘위험해요’ 라고 하면서 인간 띠라도 만들어서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며 “그 후 경찰분이 와서 그곳을 통제하고 다음 단계로 도로, 지하철을 통제하는 등 (경찰이) 그 안에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더 강한 통제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판단해 주거나 할 수 있는 분이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해밀톤호텔 부근 이마트24 편의점 쪽에서 112 신고 전화를 했다. 사고 발생(오후 10시15분) 3시간41분 전이다.
당시 A씨는 “좁은 골목인데, 클럽에 줄 서 있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골목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 겨우 빠져나왔는데 통제 좀 해 주셔야 할 것 같다”고 요청했다.
112 접수 경찰이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되고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 날 것 같다는 거죠”라고 하자 A씨는 “네 네, 너무 너무 소름 끼쳐요”라고 서둘러 와 줄 것을 호소했다.
A씨 신고 이후 참사 직전까지 10건의 112 신고가 더 들어왔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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