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대명사 스위스, 3회 연속 16강 진출 도전
[노성빈 기자]
소리 없이 강한 스위스 축구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3회 연속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조직력을 과시했던 스위스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러한 플레이로 조별리그 통과를 노린다.
강팀 킬러로 자리잡은 스위스
스위스가 본격적으로 축구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1990년대부터 진행된 유소년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스위스는 2006 독일 월드컵 16강으로 첫 결실을 맺게 된다. 물론 당시에는 심판 판정의 이득을 봤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대회 출전국 중 유일한 무실점 팀이란 것은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다.
그런 스위스는 2010년대 들어 유럽의 강호로 올라서게 된다. 2009년 FIFA U-17 월드컵 우승멤버들이 대표팀 주전급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력이 한층 탄탄해졌고 이를 통해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에 오른 데 이어 유로 2016과 유로 2020에서도 각각 16강과 8강에 오르는 결과물을 낸다.
그 과정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대회 우승국 스페인을 유일하게 꺾은 팀이었고 2014년과 2018년엔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었다. 아울러 지난 유로 2020에선 2018 월드컵 우승국 프랑스를 물리치고 8강에 오르는 등 강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기세는 지난 월드컵 예선에서도 이어졌다. 유로 2020 우승국인 이탈리아와 한 조에 속해 본선 진출이 어려워 보였던 스위스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2경기 모두 무승부를 이끌어내는 저력을 과시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조르지뉴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행운이 따랐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칭찬받을만한 부분이다.
결국 이 두 경기가 두 팀의 향방을 갈렀다. 스위스는 최종전인 불가리아와의 경기를 4대 0 으로 승리해 1위 자리를 탈환하면서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반면 이탈리아는 플레이오프로 밀린 끝에 자신들보다 전력이 한 수 아래인 북마케도니아에게도 패하면서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다. 즉 스위스가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탈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스위스가 이렇게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데는 무라트 야킨 감독의 역할도 컸다. 스위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그는 유로 2020 이후 물러난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의 후임으로 부임해 안정된 수비속에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공격루트를 펼치면서 전력을 극대화 시켰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치른 예선 6경기에서 단 1실점만 허용했으며 스위스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게 된다. 여기에 노아 오카포, 세드릭 이텐과 같은 젊은 선수들도 적극 등용해 큰 효과를 보게 된다.
탄탄한 전력의 스위스, 조직력으로 승부
스위스의 선수단을 살펴보면 신구 조화가 잘 되어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U-17 월드컵 우승주역들이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자연스레 주전급으로 올라서면서 뛰어난 조직력을 선보인다.
이런 스위스의 중심에는 그라니트 자카가 있다. 2009년 U-17 월드컵 우승 주역인 그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패스를 장점으로 스위스가 역습 위주의 공격을 펼치는 데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기에 지난 월드컵 세르비아전과 같이 왼발을 활용한 중거리 슈팅도 우수해 이를 바탕으로 득점을 터뜨리는 능력도 갖췄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출 선수로는 '알프스의 메시'로 불리는 제르단 샤키리다. 바이에른 뮌헨, 인테르 밀란, 리버풀등 빅클럽에서 활약할 정도로 풍부한 경험을 갖춘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기술이 뛰어나고 왼발을 활용한 한 방과 패스 능력이 일품이다. 여기에 작은 키에도 피지컬이 좋고 무게 중심이 낮아 상대와의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이밖에 지난 월드컵 예선당시 자카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그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데니스 자카리아도 있다. 또 투쟁심이 뛰어난 레모 프로일러와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루벤 바르가스 역시 기대되는 선수다.
최전방에도 U-17 월드컵 우승멤버 하리스 세페로비치가 자리한다. 최전방 공격수인 그는 공격수 중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한 선수이자 알렉산더 프라이 이후 스위스를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하나다. 뛰어난 위치선정을 바탕으로 기회가 올 때 그것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과 골 결정력에서 상당한 장점을 발휘한다. 그가 있기에 선수비 후역습을 펼치는 스위스 팀 컬러가 완벽하게 맞아 들어갈 수 있다.
그와 함께 공격을 이끌 카메룬 태생의 공격수 브렐 엠볼로는 사뮈엘 에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우수한 피지컬에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 결정력까지 갖추는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선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유럽예선 3골을 기록해 팀 내 최다 득점자 위치에 올랐고 지난 9월 A매치 2연전(스페인, 체코) 연속골을 기록하는 등 소속팀에서도 꾸준한 공격포인트를 쌓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베테랑 측면 공격수 스티븐 추버와 조커로 솔솔한 활약을 펼치는 베테랑 마리오 가브라노비치, 그리고 무라트 야킨 감독 부임 이후 중용받는 노아 오카포, 세드릭 이텐 역시 공격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스위스 축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비에는 역시 U-17 월드컵 우승 멤버이자 베테랑인 리카르도 로드리게스가 왼쪽 수비에 자리한다. 또한 올시즌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마누엘 아칸지, 수비에서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부동의 주전 니코 엘베디, 그리고 유로 2020 이후 주전으로 올라선 실반 비트머가 수비진을 형성한다. 여기에 풍부한 경험을 갖춘 파비안 셰어와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한 전진능력이 뛰어난 케빈 음바부도 측면수비를 소화할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3백과 4백 모두에서 활약이 가능하다.
이들의 최후방을 수호하는 선수는 팀 내 최고령(1988년생)인 베테랑 얀 좀머다. 지난 유로 2020 프랑스와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킬리앙 음바페의 킥을 막아내 스위스의 8강 진출을 이끌었던 그는 골키퍼로서 작은 키(183cm)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반사신경과 세이브 능력, 위치선정과 점프력을 통해 공중볼에서도 상당한 장점을 보인다. 또한 수비 리딩능력도 뛰어나 스위스가 짠물수비를 펼치는데도 큰 영향력을 행사해 스위스에겐 든든한 버팀목이나 다름없다.
이런 스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수비다. 이전부터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빠른 역습을 구사하는 축구를 펼쳤던 스위스는 10여 년 동안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져오면서 확고한 팀 컬러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유럽 예선에선 2실점으로 본선에 오른 유럽팀 중 최소 실점 1위를 자랑했는데 공격력이 뛰어난 브라질, 세르비아와 만나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도 이 수비력이 유지되는지 여부가 스위스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스위스가 조별리그를 통과하기 위해선 공격진의 활약이 필수다. 세페로비치는 오랜시간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하고 있지만 결정력의 기복이 심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존재하고 있으며 엠볼로 역시 허벅지를 비롯해 다양한 부상을 입어 부상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여기에 조커로 출전하는 가브라노비치 역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 세계 무대에서 이들의 활약이 통할지 미지수다.
스위스는 그간 월드컵과 유로무대에서 끈끈함을 과시하면서 강팀들을 괴롭혀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위스(Switzerland)
FIFA 랭킹: 15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12회(1934, 1938, 1950, 1954, 1962, 1966, 1994, 2006, 2010, 2014,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8강(1934, 1938, 1950, 1954)
역대 월드컵 전적: 12승 8무 17패
감독: 무라트 야킨(스위스, 1974. 09. 15)
*스위스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4일 19:00 카메룬,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
11월 29일 01:00 브라질, 도하 스타디움 974
12월 3일 04:00 세르비아, 도하 스타디움 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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