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문책 목소리 높이는 與·정부…‘애도 우선’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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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관련 사건이 벌어지기 전 시민들의 112 신고 녹취가 공개되면서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찰을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이태원 참사' 전 시민들의 112 신고가 잇달았던 것과 관련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찰의 미흡한 조치를 질타했다.
경찰청은 전날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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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일선 “모든 게 현장 책임인가” 반발 기류
‘이태원 참사’ 관련 112 신고 녹취 공개로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애도 우선’을 강조하던 정부·여당이 경찰을 향한 ‘강한 문책’을 들고나오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모든 책임을 일선 현장 경찰에게 돌리려는 거냐는 반발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이태원 참사’ 전 시민들의 112 신고가 잇달았던 것과 관련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찰의 미흡한 조치를 질타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사고 발생 4시간 전에 이미 사고 현장에서 압사를 우려하면서 경찰의 현장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있었다. 12차례 급박한 구조신호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 국민 여러분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네 번이나 현장 출동했던 경찰의 현장 판단이 왜 잘못됐는지, 기동대 병력 충원 등 충분한 현장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정부의 제일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정부·여당은 156명이 숨진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다”면서 “우리는 책임을 어디에도 미루지 않겠다. 이태원 사고를 수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닌 정확한 방향”이라며 “책임자 문책은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거기에 근거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12 신고 관련 경찰 책임론을 언급하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 한 분 한 분이 112 버튼을 누를 때는 상당히 급박하고 경찰의 도움이나 조치가 절실한 경우”라면서 “그 이면에는 언제든지 달려와 줄 것이라는 경찰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제 경찰청은 사고 당일 저녁의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며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안일한 판단이나 긴장감을 늦추는 일이 있다면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감찰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들께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며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112 대응체계의 혁신을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전날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첫 신고는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29일 오후 6시34분에 이뤄졌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태원 참사 전후 경찰 대응이 미흡했던 것과 관련해 강도 높은 감찰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는 “모든 책임을 현장에 돌리냐”는 반발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태원파출소에 근무했던 현직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용산경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경찰병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12 신고에 대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한 윤 청장을 겨냥해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이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혔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인파 대비 인력 배치를 못한 게 문제 핵심” “일선 경찰관에 사고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윗선 먼저 감찰을 받아야 한다” 등의 지적이 올라왔다.
자신을 현직 이태원파출소 경찰관이라고 밝힌 A씨는 “청장의 현장대응 미흡에 대한 감찰 지시와 각종 언론 보도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글을 쓴다”면서 “10만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했다. 그렇다면 그 대비는 이태원파출소 직원이 했어야 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청, 서울청은 뭐하셨나. 광화문 집회에 그렇게 많은 기동대가 필요한가. 제 체감상으로는 VIP 연도경호에 동원된 인원보다 덜 지원해준 것 같다”면서 “일이 터졌으니, 112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살려 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그 기억들이 채 가시지 않아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이라며 “자신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라고 탄식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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