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이든 비판한 서머스 “횡재세, 이해안가...투자 위축 이어질 것”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이해가 안간다."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또 다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서머스 교수는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라인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과소 평가했을 당시, 이를 비판하며 인플레이션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던 인물이다.

서머스 교수는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수익성을 낮출 경우 투자를 위축시켜 우리의 목표와 반대로 가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규모 이익을 거둔 석유기업들을 향해 "전쟁 폭리"를 거두고 있다며 추가 생산과 유가 인하를 위해 투자하지 않으면 횡재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그것(횡재세 부과)이 공정한 주장이라도 그 논리를 따르지 않겠다"면서 "엑손 모빌은 횡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전체 시장 평균 이익을 밑돌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석유업종은 불황을 겪는 대표적 업종으로 손꼽힌다. 미 CNN방송은 서머스 교수의 트윗을 소개한 후 2020년 유가가 급락하며 많은 석유기업들이 불황으로 파산했다고 전했다. 서머스 교수의 지적은 호황을 이유로 기업 세금을 걷는 게 불합리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석유업계 역시 횡재세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소머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인상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미국에서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지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PI는 횡재세가 향후 새로운 생산을 위한 업계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며 "필요한 것과 정반대 조치"라고 꼬집었다. 미국독립석유사업자협회(IPAA) 역시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비난 게임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정부에 몸담았던 서머스 교수는 대표적 민주당 인사지만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과소 평가했을 당시 인플레이션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옐런 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가 공개 반박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할 것", "Fed가 인플레이션 통제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서머스 교수의 발언이 모두 맞아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경기침체 조짐이 없다는 옐런 장관의 주장을 반박하며 1∼2년 내 경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서머스 교수와 직접 통화하기도 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석유 기업들을 압박했다. 그는 "석유 기업들이 전쟁 폭리를 취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며 "미국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다하고 주유소에서 미국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