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경고등' 켜졌는데…K-칩스법 여전히 '표류'
삼성전자·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 역성장
10월 반도체 수출 17.4%↓…가격 하락도 현재진행형
반도체 경쟁력 강화 위한 K-칩스법 논의는 답보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한국 경제 버팀목이던 반도체 산업이 예상대로 3분기 각종 수치에서 적신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의 겨울이 예상보다 더욱 혹독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진다. 4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업계 실적뿐 아니라 수출까지 후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로벌 패권 경쟁 심화에 따른 장기 리스크도 대두하지만 관련 법안인 'K-칩스법' 국회 논의는 여전히 진전 없이 답보 상태다. 이미 '골든타임'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의 무책임에 한국 수출의 간판인 반도체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반도체 생산 지수(계절조정)는 전분기 대비 11% 줄어든 320.6(2015년=100)을 기록했다. 2008년 4분기(-23.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3분기 반도체 가동률도 같은 기준 16.3% 감소했다. 반대로 반도체 재고 지수(계절조정)는 3분기 기준 237.1(2015년=100)로 전분기보다 17.4% 늘었다. 거시 경제 악화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받은 데 따른 결과다.
이같은 통계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3분기 실적에서 예고된 바 있다. 양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환경 악화로 전방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등 연쇄 효과가 발생하자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16% 쪼그라들었다. 전날 발표된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도 같은 기준 60% 급감한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3분기 재고자산은 각각 57조3200억원, 14조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51.6%, 122.3% 급증한 상태다.
문제는 4분기에 이같은 상황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잠정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5.7% 감소한 524억8000만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감소액이 컸다고 밝혔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92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4% 줄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가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출의 경우 35.7%나 감소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1일 진행한 제3차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세계 경제 하방 리스크가 확대하며 단기간에 우리 수출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최근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업계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격 하락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로 전월보다 22.46% 급감했다. 메모리·USB용 낸드 범용 제품(128Gb)의 고정거래가격도 같은 기준 3.73%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메모리 주요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보다 각각 최대 18%, 20% 줄어들 수 있다며 3분기 감소 폭보다 큰 전망치를 내놨다. 이같은 영향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 추세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경우 4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고자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장기 관점에서 투자와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수급 균형을 맞추고자 투자와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발생한 업계 여러 어려움이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글로벌 단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데 따른 장기 리스크는 지속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 대만 등 경쟁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쏟는 상황에서 국내 지원책이 부진한 점이 한국 반도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상가상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8월 국회에서 발의된 K-칩스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이달에도 별다른 논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은 이번 달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가 열리면 법안 심사에 올라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정해진 바가 없다"며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기재위(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 소위가 구성되지 않다 보니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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