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드롬 절대자 임채빈 "아무도 넘보지 못할 100연승 욕심 난다"

김두용 2022. 11. 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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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 우승 81연승 행진
100연승 스포츠계 전무후무한 '세기의 기록' 도전장
긴장감 주는 방법 노하우, 26인치 허벅지로 순간스피드 최대 강점
벨로드롬의 절대자 임채빈은 일간스포츠배 우승으로 81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타노스’라는 수식어처럼 임채빈(수성)을 잘 대변하는 단어는 없다. 50승 기록을 넘어 81연승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달리고 있는 임채빈은 벨로드롬의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다. 트랙에서 천하무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임채빈을 지난달 30일 제26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 대회에서 만나 집중 해부했다.

80승 넘어 ‘세기의 기록’ 100연승 도전장

이날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일간스포츠배에서 임채빈은 ‘맞수’ 정종진을 따돌리고 81연승을 달성했다. 모두가 예상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독주였다. 그랑프리 전 마지막 대상경륜인 만큼 임채빈을 비롯한 강력한 경쟁자인 정종진, 인치환, 이태호 등이 모두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임채빈은 ‘김포팀 트리오’ 정종진, 인치환, 공태민의 연대에 맞서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날 집중 견제 속에 임채빈의 뒤집기는 경이롭다고 표현할 정도로 감탄을 자아냈다. 경기 초반 인치환이, 한 바퀴를 남겨두고는 이태호가 마크로 붙은 탓에 임채빈이 선행으로 나갈 수 없는 전개로 흘러갔다.

하지만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임채빈이 아니었다. 그는 마지막 바퀴의 2코너에 진입하면서 순간스피드를 끌어올려 이태호의 마크를 따돌리고 치고 나갔다. 3코너 접어들면서 뒤따라오는 정종진을 슬쩍 쳐다본 임채빈은 그대로 피치를 올렸다. 4코너에서 1위로 올라선 임채빈은 정종진을 자전거 바퀴 하나 앞선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 6월 왕중왕전보다 임채빈과 정종진의 격차는 더 컸다.

정종진이 2위, 박용범이 3위를 차지했다. 정종진은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일간스포츠배 3연패에 도전했지만 임채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간스포츠배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륜이 중단되면서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제26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채빈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명=김민규 기자

땀 범벅이 된 임채빈은 “이태호 선수가 마크를 붙을지 예상했지만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은 힘든 경기였다. 한 바퀴를 남기고 정종진이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며 “추입을 허용하면 진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채빈은 “81연승을 기록해서 기쁘다. 실수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한 결과 80연승 이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연승에 집중하기보다는 매 경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세계 스포츠 역사상 전무후무한 100연승 달성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80연승은 깨질 수 있을지 몰라도 만약 100연승을 차지한다면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100연승은 세기의 기록이 될 전망이다. 종목 특성상 직접적인 비교가 힘들지만 세계적으로 100연승은 전례가 없다. 야구의 경우 메이저리그 투수 칼 허벨이 1936~1937년에 걸쳐 세운 24연승이 최다 기록이다. 다소 빈번히 나오는 안타 기록으로도 세계 기록은 1941년 조 디마지오가 세운 56경기 연속 안타가 최다다.

제26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채빈(가운데)이 2위 정종진(왼쪽), 3위 박용범(오른쪽)과 함께 트로피와 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명=김민규 기자
제26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에서 임채빈(1번)이 정종진에 앞서 결승점을 통과하며 우승을 하고 있다. 광명=김민규 기자

‘두 얼굴 사나이’ 눈치 100단의 순둥이

임채빈은 지난해 9월부터 패배를 잊고 살고 있다. 169cm의 단신임에도 신체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라 더욱 놀랍다. 경륜 선수들의 신장은 170~180cm 점유율이 79.1%로 가장 많다. 180cm 이상 건장한 체격조건을 갖춘 이들도 14.6%나 된다. 임채빈같이 170cm 이하 체격은 6.3%에 불과하고 주로 추입형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임채빈은 다른 기교파 단신과는 달리 선행형으로 승부를 거는 ‘희귀종’이라 더욱 존재 가치가 높다.

임채빈이 ‘넘버1’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한 멘털과 두꺼운 허벅지에 있다. 임채빈의 허벅지 둘레는 64~65cm로 최상위급이다. 50연승을 기록했던 강자 정종진은 임채빈보다 키가 크지만 허벅지 둘레는 62cm로 두텁지 않다. 임채빈보다 허벅지가 두꺼운 경쟁자는 189cm로 최장신인 정해민(69cm)와 100kg에 육박하는 박용범(70cm) 정도다. 임채빈의 종아리 두께는 52~53cm로 누구보다 두텁다.

임채빈은 “‘오늘이 내일을 만든다’라는 문구를 가장 좋아한다. 아마추어 때 최희동 금산군청 감독이 해준 말”이라며 “일주일 중 6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꾸준히 운동하고 몸이 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 과하게 하진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마인드컨트롤 능력도 탁월하다. 그는 “50승 이전에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후 특별한 부담감은 없다. 다만 긴장감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긴장이 되지 않을 때 긴장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했다. 선수 입장하기 전 자동문 앞에서 기합을 세게 넣으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나름의 루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채빈이 광명스피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겉으로는 '순둥순둥'하지만 과감한 결단력에 눈치까지 100단인 두 얼굴의 사나이다. 경륜은 선두유도원이 빠진 뒤 도는 1.5바퀴에서 순위 싸움이 결정된다. 최고 시속이 70km까지 나올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승부에서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을 하게 되는데 치고 나가는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채빈은 “경기가 상대의 협공 등으로 꼬일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주도하며 치고 나간다.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느낌이 좋지 않으면 선행으로 주도한다”며 “눈치가 빠른 편이라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탈 것인지 앞뒤 바퀴 소리만 들어도 느낌이 온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항상 상대를 경계하면서 준비성 또한 철저한 유형이라 롱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임채빈은 “언제든지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일간스포츠배도 질 수 있을 거라고 봤다”며 “이제 연말 그랑프리 우승을 목표로 매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100연승과 그랑프리 2연패를 바라보는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그는 “정종진 선수의 그랑프리 4연패는 실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총 그랑프리 3회 우승 목표도 전혀 소박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군계일학의 실력 때문에 시기를 받기도 한다. “출발 전에 넘어져 버려”라는 야유를 듣고 출발선에 서기도 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너무 채찍질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해주시면 더 최선을 다하는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광명=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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