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평생에 '앓는 수명' 20년…연금 타도 일하는 노인 370만명
2022년 5월 기준 연금받고 일하는 55~79세 370.3만명
2017년보다 46.7% 증가…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1위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국민 평균 수명에서 병을 앓는 기간이 느는 가운데 퇴직 후 연금을 받고도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노인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 후 일시적으로 수입이 주는 '소득 크레바스' 차원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돈 문제로 고민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생산가능인구의 노인 부양 비용이 늘면서 국가의 생산 동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7~2022년 통계청 데이터로 뽑아낸 '55~79세 고령인구의 노후실태 및 취업현황' 조사 결과 자료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55~79세 중 연금 수령자 중 일을 계속 하는 이가 370만3000명으로, 2017년 5월 252만4000명보다 46.7% 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을 받는 55~79세 중 일하는 이의 비중은 전체의 49.7%로, 5년 전 43.8%보다 5.9%포인트 상승했다.
노년층 인구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어 경제 자립을 하지 못할 경우 국가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점이 큰 문제라는 게 전경련의 시각이다. 문제는 노년층이 받는 연금 수령액이 경제 자립을 보장하기에 부족한 수준이고, 노년층 빈곤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민·기초연금, 개인연금 등 포함 공·사적 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2인 기준 138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상 '은퇴 후 최소 생활비' 월 216만원의 약 64%에 불과한 수준이다. 모자란 36%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채워야 한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5~79세 10명 중 7명꼴(68.5%)로 '장래에도 근로를 희망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로 '생활비에 보태기 위함'이라 답한 이의 비중이 57.1%로 압도적으로 컸다.
이렇다보니 종업원 하나 없이 치킨집 등 가게를 운영하는 노년층 자영업자가 폭증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자영업자 중 소위 '나 홀로 사장'으로 분류되는 이의 비중은 87.2%나 됐다. 60세 이상 '나 홀로 사장' 수는 지난해 168만5000명으로, 2017년 137만1000명보다 22.9% 늘었다.
노인 빈곤율은 높고 국가 생산성은 떨어지고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37개국 중 가장 높았다. 평균치인 14.3%의 2.8배였다.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비율을 뜻하는 노년 부양비를 보면 올해 24.6%, 2026년 31.8%, 2060년 90.4%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의 경우 OECD 평균 28.1%보다 낮지만, 2026년엔 평균 30.7%를 웃돌게 된다. 2060년은 평균 45.2%의 배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OECD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7.5%로 전망된다. 2025년엔 20%를 돌파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의 14%인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한국은 7년이 걸릴 전망인데, 이는 OECD 조사대상 37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노령화된 나라인 일본 11년, 미국 15년보다도 빠르다.
결국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게 전경련의 진단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노후소득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선 공적연금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세제혜택 강화 등 사적연금 활성화를 해야 한다"며 "이와 동시에 경직적인 노동규제 유연화, 세부담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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