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흙먼지 가득한 신발·지금도 울리는 전화…유실물센터 '그날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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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1층.
이 소리만이 100평 규모의 체육관을 채웠다.
팔에 깁스를 한 채 체육관을 찾은 20대 여성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아갔다.
경찰은 지난달 31일부터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짝 잃은 신발 66개와 전자제품 등 귀중품 156개를 체육관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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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 흙먼지 등 곳곳에
즉석사진 등 사소한 물건도 많아
물건 찾은 ‘생존자’들도 있어
유실물센터 6일까지 24시간 운영
[아시아경제 오규민 기자]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1층. ‘그날’의 흔적들이 놓여있다. 해당 체육관은 ‘이태원 사고’ 당시 유실물들을 주인들이 찾을 수 있도록 경찰이 마련한 공간이다.
체육관 입구에 들어서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2m가 넘는 높이의 커튼 때문이다.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자마자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 이 소리만이 100평 규모의 체육관을 채웠다. 바닥 위에는 회색 천이, 그 위에는 각종 물품이 놓여있었다. 제 짝이 없는 신발들이 눈에 띄었다. 자신과 똑 닮은 신발도, 주인도 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물건들에서 공통점이 보였다. 검은 얼룩이다. 빨간색 로고가 특징인 유명 브랜드 신발은 그 로고가 가려질 정도다. 베이지색 점퍼, 흰색 바지에선 바닥에 쓸리거나 찢어져 있기도 했다. 검은색 겉옷들에선 은행, 나뭇잎, 흙먼지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유실물 중에는 사고 당일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즉석 사진들도 있었다. 사진 속 이들은 토끼 머리띠를 하고 손가락 하트를 했다. ‘텔레토비’ 분장과 함께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휴대전화 1대는 아직도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이를 받아줄 사람은 없었다.
중년 부부와 젊은 여성이 물건을 찾으러 체육관에 들어왔다. 가방이 놓인 테이블로 향하다 중년 여성이 울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이 그를 안아주고 부축했다. 이들은 신발이 있는 곳으로도 향했다. 중년 여성이 한 신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가 내는 소리만이 체육관에서 흘러나왔다.
이날 유실물을 찾으러 온 ‘생존자’들이 있었다. 팔에 깁스를 한 채 체육관을 찾은 20대 여성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아갔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저도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숨이 막혀 실신을 잠깐 했었다”며 “다행히 옆에 있던 외국인이 소리를 치며 깨워져서 버틸 수 있었고 구조가 됐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검은색 신발 한 짝을 찾고 나온 조모씨(32)는 친구 3명과 함께 사고 당일 이태원을 찾았다. 사고 후 골목에서 1시간 동안 인파에 껴있었다는 조씨는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없다면서도 “발가락 2개에 신경 손상이 의심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부터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짝 잃은 신발 66개와 전자제품 등 귀중품 156개를 체육관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오후 6시 30분 기준 유가족, 부상자 등 35명이 찾아와 46개 물품이 주인 곁으로 돌아갔다. 용산경찰서는 유실물 센터를 6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운영한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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