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최고 성적 내고도 ‘아웃’… 이영표는 왜 물러나는가
프로축구 K리그1강원FC가 역대 최고 성적을 낸 이영표 대표이사와 재계약하지 않았다. 강원도는 지난달 31일 이 대표에게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2021년 1월 강원 대표로 부임한 이 대표는 강원과 2년 동행을 마치게 됐다.
강원은 2022시즌 K리그1 6위를 기록했다. 구단 창단 후 역대 최고 성적 타이기록이다. 또 3년 만에 파이널A(K리그1의 상위 6개팀)에 진입했다. 올해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양현준을 배출했고, 공격포인트 K리그1 전체 1위에 오른 김대원도 빛났다.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한 김대원 영입 역시 이 대표가 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강원이 구사일생으로 1부에 잔류한 것도 이영표 대표의 힘이 들어갔다. 강등 위기에 몰리자 시즌 도중 최용수 감독을 영입해 잔류에 성공했다. 강등 플레이오프까지 몰린 팀에 우승 경력이 있는 스타 감독이 부임한 건 이례적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강원을 선택한 이유로 이영표 대표를 꼽았다. 국가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끈끈한 동료애와 신뢰가 강원을 선택한 이유라는 것이다.
강원은 올 시즌 단순히 성적에서만 성과를 낸 게 아니었다. 강원은 지난해 7개의 신규 스폰서를 유치했는데, 2022년 신규 스폰서는 10개로 늘었다. 신규 스폰서사 유치에 스타 출신인 이영표 대표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 8월 기준 강원 구단의 유니폼 등 상품 매출 91%, 지난 시즌 대비 유료 관중은 45% 증가했다.
그렇다면 강원도는 대체 왜 이런 성과를 거둔 이영표 대표와 재계약하지 않았을까. 이영표 대표는 강원과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강원도 측에 전달했음에도 재계약 선택을 받지 못했다.
시도민 구단의 구단주는 지자체장(도지사 혹은 시장)이다. 이영표 대표가 부임했던 지난해 1월 강원도지사는 최문순 전 도지사였다. 최 전 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는 국민의힘이다.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K리그 시도민 구단은 대표 등 프런트 수뇌부가 물갈이되는 홍역을 치러왔다. 이영표 대표의 재계약 불발도 이런 맥락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동안 시도민 구단은 지방선거 이후 프런트(구단 직원)가 대거 바뀌곤 했다. 다만 대다수 시도민 구단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해 성적이 하위권이다 보니 성적 부진으로 포장되거나 무관심 속에서 조직이 재편됐다.
성과가 좋았는데도 대표가 정치적인 입김에 밀려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4시즌 대전은 김세환 당시 대표가 팀을 한 시즌 만에 1부로 복귀시키고도 논란 속에 물러나 잡음이 크게 새어 나온 적이 있다. "프로축구단에 정치를 개입시키지 말라"는 서포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도민 구단이 지방선거 이후 구단 인적구성을 재편할 때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새 지자체장의 선거를 도운 인물 혹은 지자체장 측근이 새 수뇌부로 부임하는 식이다. 지자체장 입맛에 따라 구단 내 요직이 주기적으로 변화하니 사무국 직원·팬 등 구성원들은 혼란을 겪는다. 시도민 구단의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강원도가 이영표 대표와 결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영표 대표는 소임을 다했고, 강원은 이 대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번 인사에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는 디폴트 선언 여파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 구단 대표 인사 문제까지 나와 논란을 증폭시킨 모양새다.
강원 관계자는 “아쉬움이 크다. 구단 직원들도 생각하지 못 한 일이라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강원 공식 서포터스인 나르샤는 1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영표 대표와의 재계약 불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재계약을 다시 고려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며 “강등 싸움을 하던 팀을 아시아(무대)로 도전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다. 우리가 진짜 대표이사라고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은 이영표 대표이사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한편 최근 수원시 역시 김호곤 수원FC 단장에게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김호곤 단장은 2019년부임 후 2020년 수원FC가 K리그1에 승격하는 데 일조했고, 이듬해에는 창단 최초 파이널A에 진출했다. 수원시 역시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뀌었다. 수원FC 팬들은 성명을 내고 구장에 걸개를 거는 등 재계약 운동을 진행했다.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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