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세금 22억→1억 확 준다…45억 집 가진 아빠 대물림 수법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2. 11.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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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대물림하는 방법으로 '직거래'가 뜨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이유 있는 부자간 직거래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대물림하면서 증여하지 않고 돈을 받고 파는 사례가 잇따른다. 매정해 보이는 부자간 직거래에 주택시장이 관심을 갖는 것은 주택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하락을 주도하고 간혹 시장을 충격에 빠뜨리는 폭락 거래도 적지 않다.

그냥 쉽게 증여하지 않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매매하는 이유가 뭘까.

부모·자식 간 거래가 알려지진 것은 정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실거래가 공개에 거래 유형을 포함하면서다. 중개업소를 통한 중개거래와 당사자 간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로 나뉜다.


지난달 직거래 비중 17%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 1만2500여건 중 직거래가 1700건 정도(13%)로 7~8건 중 하나를 차지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거래가 늘었다. 지난달 직거래 비중이 전국 17.7%, 서울 16.3%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각각 14.1%, 9.4%였다.

중개거래에 드는 비용인 중개보수를 줄이기 위한 것도 있지만 부자간 거래가 증가한 이유도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서울에서 거래가격 30억원을 초과하는 개인 간 직거래로 확인된 7건 중 4건이 부자간 거래로 나타났다.

부자간 최고가 거래가 지난 3월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183㎡(이하 전용면적) 59억5000만원이다. 2002년 매입해 20년간 살던 80대가 40대 자녀 부부에게 팔았다.

중저가 주택에도 부자간 직거래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8월 4억500만원에 거래된 도봉구 방학동 우성1차 83㎡가 그렇다.

세무업계는 부자간 직거래를 증여와 같은 대물림으로 본다. 소유권을 거저 넘겨주는 증여 대신 서로 계약서를 주고받는 매매를 통해 집을 대물림하는 것이다.

세무사들은 “집을 자식에게 물려줄 때 무엇보다 절세가 중요하고 그에 따라 방식을 찾는다”며 "증여보다 매매 메리트가 커졌다"고 말한다.

증여는 증여하는 사람이 내는 세금이 없지만 증여를 받는 사람은 증여세와 증여 취득세를 내야 한다. 매매는 파는 사람이 양도세를 내고 사는 사람이 취득세를 부담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증여 세제 강화와 현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로 매매가 유리해졌다.

2020년부터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로부터 증여받을 경우 취득세가 공시가격 기준으로 4%에서 12%로 급등했다. 지난 5월 10일부터 내년 5월 9일까지 양도세 중과가 배제되면서 최고 75%인 세율이 45%로 내려갔다.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도 부자간 직거래를 늘렸다. 주택 수를 줄여 종부세 중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녀에게 직거래로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종부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직전인 지난 5월 직거래가 급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5억원 초과 서울 아파트 직거래 중 지난 5월 거래가 25%를 차지했다.

지난 5월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138㎡ 38억원 직거래가 용산 고급 아파트도 소유한 다주택자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판 것이다.

증여와 직거래 세금을 비교해보자. 지난 7월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서수촌 178㎡가 42억원에 직거래됐다. 시세가 45억원 정도다.

증여한다면 증여세 17억원, 증여 취득세 4억6000만원 등 22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매도에 따른 세금은 1억5000만원에 그친다. 상속 후 6개월 이내 매도여서 양도세가 없고 매수인이 부담할 취득세(1억5000만원)만 나온다.


저가 양도·양수에 양도세·증여세 추가

시세·공시가격 기준이어서 세금을 낮출 방법이 없는 증여와 달리 매매는 매도가격 조정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매도가격을 낮추면 양도세와 취득세가 감소한다. 부자간 직거래 가격이 시세보다 낮은 이유다.

그런데 부자 등 가족을 비롯한 특별한 사이(특수관계인)에 시세보다 너무 싸게 거래하면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고 양도세·중과세를 더 내야 한다. 시세보다 주로 3억원 넘게 차이 날 때다. 거래가격이 아닌 시세로 양도세를 계산한다. 시세에서 3억원을 뺀 금액과 거래가격 차액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매긴다.

이 때문에 부자간 직거래할 때 거래금액을 대개 3억원 낮게 쓰는 이유다.

이우진 세무사는 “3억원만 낮추면 그만큼 양도세를 줄이고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3억원보다 훨씬 더 싸게 거래할 경우 추가 양도·증여세를 합치면 증여보다 세금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거래가격 기준인 취득세는 양도·증여세에 비해 많지 않다.

김종필 세무사는 “다주택자 여부, 보유,거주 기간 등에 따라 양도세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개별 사례에 따라 세금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부자간 직거래가 세금을 줄이더라도 매매대금 조달 문제가 있다. 매수인인 자녀가 모두 부담하기 어려우면 전세를 끼는 방식이 쓰이기도 한다.

지난 8월 15억원에 직거래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84㎡는 14억5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직거래 가격이 시세 30억원의 절반이었다. 매수인인 자녀는 취득세 외에 5000만원으로 시가 30억원 집을 부모에게서 받은 셈이다.


저가 직거래는 이후 양도세 폭탄

시세보다 가격을 많이 낮춘 직거래에 무시 못할 함정이 있다.

자녀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이다. 매수인이 나중에 팔 때 취득가격을 직거래 가격으로 계산해 양도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취득가격이 내려간 만큼 양도차익이 늘어나 세금이 많아지게 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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