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발언때 엄호하더니...'이상민 사과' 압박한 與 속사정

손국희, 오욱진 2022. 11.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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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인 배경에는 ‘아군’인 여당 인사들의 강한 성토가 있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사고 발생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국민께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에 빚었고, 다음 날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與 “추모에 방해되는 발언 대국민 사과하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에 앞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여권 내부에서는 당혹감이 서서히 번졌다. 이날 오전에는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여당 의원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1일 MBN 인터뷰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오히려 추모의 시간을 갖는 데 방해가 되는 발언”이라며 “오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이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야당도 지나친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 초선인 박 의원은 원내대변인을 지내는 등 당내 스피커로 활동한 인사라 눈길을 끌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도 적절한 발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다만 “애도 기간에는 정쟁을 지양하고,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여당 차기 당권 주자들도 이 장관에 대해 잇따라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 31일 라디오에서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그런 언행은 조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상현 의원은 “안전을 책임진 장관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송함을 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도 “장관의 한마디가 이런 논란을 빚게 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행안부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당 윤리위원회 추가 징계 이후 침묵을 이어가던 이준석 전 대표도 같은 날 ”경찰의 배치만으로도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인력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이 장관의 발언과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이날 이 장관 사과 직전에도 국회 행정안전위 위원장인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이 장관 발언에는 행안위원장으로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발언 취지와 무관하게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았다. 지적에 대해 할 말이 있나”라고 유감 표명을 촉구했다.


“총경 쿠데타” 발언 땐 엄호…이번엔 달랐던 이유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사고 현안 보고를 마친 뒤 퇴장하며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이 장관의 설화는 처음이 아니다. 이 장관은 지난 7월에도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전국 총경 회의를 ‘12·12 쿠데타’에 비유해 논란을 빚었다. 다만 당시 여당 의원들은 “총경 회의는 불법적 집단행동”이라고 이 장관을 적극 엄호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여권에서 이 장관에 대한 유감론이 신속하게 고개를 든 것은, 정권 책임론으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중진 인사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참사가 정권 책임론으로 불붙을 수 있는 예민한 시기에, 행안부 수장이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며 “여당이 이 장관을 두둔했다가는 집권당은 물론 정권에까지 민심이 등 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들이 이 장관 발언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 것을 두고는 “민심 이반을 우려한 선제적 대응”(당 관계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장 내년 전당대회를 치르고, 이후 총선까지 치러야 할 당권 주자들 입장에서는 민심의 분노가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장관에 대한 내부 비판과 별개로 원내 지도부는 파면론에는 선을 그었다. 당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장관도 밤잠 못 자면서 일하고 있는데, 그런 문제(파면)를 왜 지금 거론하는지 모르겠다”며 “당력과 국력을 집중해 사태를 마무리하고 수습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발언 논란은 유감이지만, 사고 수습의 핵심 부처의 장관을 당장 파면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1일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과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뉴스1


한편 국민의힘 소속인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구청장은 지난달 31일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주최 측이나 내용이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현상”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1일 라디오에서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비록 법적인 주체는 없어도 늘 그 행사는 있었고,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결국 참사 사흘만인 이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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