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외신 회견인데… ‘말장난 농담’하고 웃은 총리

권남영 2022. 11. 2.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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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 기자회견에서 농담을 하거나 웃음을 보이는 등 부적절한 답변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후 답변을 외신에 전달하는 동시통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총리실 관계자가 영어로 사과하자, 한 총리는 그를 쳐다보며 한국어로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말장난식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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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외신 간담회 답변 도중 웃음을 짓고 있다. MBC 유튜브 화면 캡처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관련 외신 기자회견에서 농담을 하거나 웃음을 보이는 등 부적절한 답변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총리는 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2시간20분가량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14개국 외국인 2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대응을 두고 외신에서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자 정부 차원에서 설명에 나선 것이다.

문제의 장면은 간담회가 시작되고 약 30분이 채 못 지난 시점에서 나왔다. 동시통역이 엉킨 것이다. 미 NBC방송 기자의 질문을 들은 뒤 한 총리는 “저는 잘 안 들린다. 통역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라며 “제가 이해하기엔 지금 물으신 게 결국 이러한 참사가 정부 책임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해당 기자는 “젊은 친구들이 그곳에 가 있던 게 잘못된 것인가. 한국 정부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처럼 하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는가”라고 다시 질의했다.

한 총리는 다소 긴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주최자는 없었지만 자유로운 행사였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잘못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가 잘 돼서 문제없이 행사가 잘 끝날 수 있었을지다”라고 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외신 간담회 답변 도중 말장난 식의 농담을 하고 있다. SBS 보도화면 캡처


이어 “행정부의 책임의 처음과 끝은 어디냐고 하는데, 경찰 수사에 의해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 정부의 무한 책임”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필요하면 제도를 고치고, 의식과 교육을 통해서 이런 일을 예방하는 것이 정부 책임의 첫째가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답변을 외신에 전달하는 동시통역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총리실 관계자가 영어로 사과하자, 한 총리는 그를 쳐다보며 한국어로 “이렇게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말장난식 농담을 했다.

참사로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엄중한 상황에 정부부처를 지휘·감독하는 총리가 웃음을 띠며 말장난을 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을 묻는 NBC 기자의 질문에 대한 불편함을 에둘러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총리의 이 같은 농담은 현장에서 영어로 통역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지금 농담할 상황인가” “귀를 의심했다” 등 비판이 줄을 이었다. 또 간담회 도중 한 총리가 활짝 웃는 표정을 지은 것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외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한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참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늘 오후에 국회에서 중앙정부 안전 주무부서의 이상민 장관이 사과했다”고 답변했다.

이 장관이 앞서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서는 “이 장관이 말한 내용이 ‘경찰을 아무리 집어넣어도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군중 관리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이 장관의 발언 취지)”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책임론에 대해 그는 “경찰 조사가 완결되면 투명하고 분명하게 내외신에 밝힐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과 체계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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