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이태원 카나리아

전석운 2022. 11. 2.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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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는 몸 길이 2.5~13.5㎝, 무게 15~20g의 작은 새다.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가 원산지인 이 새는 앙증맞은 모습과 깜찍한 울음소리가 예뻐서 수백년간 애완용으로 길러졌다.

19세기부터 광부들이 새장에 든 카나리아를 갱도에 데리고 간 까닭이다.

이태원 참사에도 카나리아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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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운 논설위원


카나리아는 몸 길이 2.5~13.5㎝, 무게 15~20g의 작은 새다.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가 원산지인 이 새는 앙증맞은 모습과 깜찍한 울음소리가 예뻐서 수백년간 애완용으로 길러졌다. 카나리아는 체구가 작고 대사활동이 빨라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에 사람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19세기부터 광부들이 새장에 든 카나리아를 갱도에 데리고 간 까닭이다. 카나리아가 울음소리를 멈추고 바닥에 쓰러지면 갱도를 탈출해야 한다. ‘탄광 속 카나리아(canary in a coal mine)’는 재앙이나 위험을 미리 알리는 경보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태원 참사에도 카나리아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8시33분쯤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서 인파에 떠밀린 여성 2명이 넘어졌다. 첫 압사 사고 신고가 112에 접수되기 1시간42분 전이었다. 근처 건물 2층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시민 A씨로부터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10분 뒤 출동한 경찰관 2명은 그러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통행이 괜찮아졌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골목을 빠져나갔다(국민일보 1일자 6면).

30여분이 흐른 오후 9시16분. 이번에는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사고 위험성을 다급하게 알린 시민이 있었다. 아프리카TV에서 ‘꽉꽉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BJ 곽혜인씨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을 힘겹게 벗어난 뒤 90m 거리의 이태원파출소를 방문했다. 곽씨는 “압사당할 뻔 했다. 통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곽씨의 호소를 분실물을 찾아달라는 신고쯤으로 여겼는지 경찰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저희도 지금 거기 들어가기가 좀 어렵습니다.” 이날 오후 6시34분부터 밤 10시15분 사이에 현장의 위험성을 알린 112 신고는 모두 11건이었다.

이태원 참사는 전조가 없어서 피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신고를 받고도 현장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경찰의 무대응이 만든 인재(人災)였다. 카나리아가 쓰러진 걸 보고도 위험 신호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꼴이었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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