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젊은 ‘영웅’들의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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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단 키움 히어로즈는 좀 특이한 팀이다.
사실 이정후와 안우진 등을 제외한 키움의 젊은 선수들은 냉정하게 말하면 다른 팀에선 후보나 2군 수준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키움 관계자는 "옛날에는 드래프트에서 우리 팀에 지명되면 울었다고 들었다"며 "이제는 선수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열심히 하면 1군 콜업도 되고 주전으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키움 선수들은 기회를 얻었고, 공정하게 경쟁해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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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구단 키움 히어로즈는 좀 특이한 팀이다. 10개 팀 중 모기업 없는 유일한 자생구단이다. 좋은 성적을 내 메인 스폰서를 얻고, 갖가지 마케팅 활동과 입장료 등으로 수익을 내 팀을 운영하는 구단이다. 구단 명칭이 우리에서 넥센, 현재의 키움으로 바뀐 이유가 그것이다. 그렇다 보니 스토브리그에서 다른 대기업 구단에 비해 많은 돈을 투자하기가 어렵다.
창단 초기엔 자금이 부족해 팀의 간판이었던 이택근과 장원삼 이현승 등을 다른 팀에 팔고 그 돈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자연스럽게 팀 전력은 약화돼 매년 하위권을 전전했다. 선수들도 의욕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2010년 가을 2군 훈련장이 있었던 전남 강진에서 선수들이 부자 구단으로 트레이드된 동료를 부러워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천천히 힘을 내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다. 몇몇 시즌을 빼고 키움은 대부분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2년 전 서건창 김하성 등 팀 주축 선수가 빠져나간 데 이어 올해를 앞두고는 간판선수 박병호마저 다른 팀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올해 정규시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더 나아가 가을무대에선 더욱 위력을 뽐내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를 꺾었고, 플레이오프에선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됐던 LG 트윈스마저 격파하고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 같은 키움의 힘을 관통하는 단어는 ‘젊음’이다. 키움은 올 시즌 소속 선수 평균연령이 26.6세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젊다.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SSG 랜더스·LG(28.7세)보다 약 두 살이나 어리다. 팀 평균 연차도 키움은 6.7년으로 가장 낮다. 선수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이제 팀 간판이 된 이정후는 24살이다. 에이스 안우진은 그보다 한 살 어리다. 그런데 이런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 이제 프로야구 제패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키움의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기회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정후와 안우진 등을 제외한 키움의 젊은 선수들은 냉정하게 말하면 다른 팀에선 후보나 2군 수준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리고 무명 선수가 많으니 당연히 연봉도 낮다. 키움의 팀 연봉 총액은 56억원으로 현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고 있는 SSG(146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기회를 얻었고, 서로 경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젊은이답게 동기 부여가 잘 되고, 집중력 있는 훈련 문화를 만들고 있다. 키움 관계자는 “옛날에는 드래프트에서 우리 팀에 지명되면 울었다고 들었다”며 “이제는 선수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열심히 하면 1군 콜업도 되고 주전으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김휘집 김동혁 등은 1년 새 실력이 업그레이드된 게 눈에 확 띌 정도다. 물론 젊기에 한 번 미끄러져도 곧바로 일어선다.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당시 가장 중요한 1차전에서 졌을 때도 주눅 들지 않았고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이 같은 키움의 영건들은 MZ세대로 불리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바로 기회와 공정함이다. 키움 선수들은 기회를 얻었고, 공정하게 경쟁해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우리 사회의 많은 젊은이가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동기 부여가 되는 장을 만들어준다면 분명 키움의 영건과 같은 힘을 내지 않을까 싶다.
모규엽 문화체육부장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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