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재난과 공원

2022. 11. 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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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시작은 지진이었다.

공원 가을축제 때문에 아침부터 이동 중인데 굉음을 동반한 재난문자가 쏟아졌다.

특히 지진이 많은 일본은 방재공원(防災公園) 개념이 강한데, 비상시 피난 및 구호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녹지 자체가 대형 화재 확산의 방지벽이자 산사태·해일 등에 대한 완충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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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주말의 시작은 지진이었다. 공원 가을축제 때문에 아침부터 이동 중인데 굉음을 동반한 재난문자가 쏟아졌다. 토요일인 29일 아침 8시27분 충북 괴산군에 발생한 규모 4.1의 지진. 오랜 친구들 단톡방에서 괴산 지진 얘기를 꺼내자 난데없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 얘기가 나왔다. 무언가 했더니 며칠 전인 26일 새너제이 인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한 친구가 사는 곳과 가까웠던 것. 서로의 안위를 물으며 시작된 주말은 쾌청한 날씨 속에 공원 축제까지 잘 마쳤으나 결국 이태원 사고로 먹먹하게 마무리됐다.

자연재해 등 재난에 맞서는 공원의 역할은 역사가 깊다. 특히 지진이 많은 일본은 방재공원(防災公園) 개념이 강한데, 비상시 피난 및 구호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녹지 자체가 대형 화재 확산의 방지벽이자 산사태·해일 등에 대한 완충공간이기 때문이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공원은 화재의 저지선으로 157만명의 피난처로 쓰였고, 1995년 고베 대지진이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공원은 피난과 구호는 물론 복구와 부흥의 거점으로 활용됐다. 코로나19 초기인 재작년 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야전텐트로 설치된 68개 병상의 임시진료소 운영도 상징적 기억이다.

이태원 사고는 우리에게 여러 숙제를 남겼다. 애도 기간이 지나면 각자 눈높이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낼까 고민해야 한다. 안전한 도시 구조도 마찬가지다. 이태원 중앙부에는 공원이나 광장 같은 거점 공공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시의 재난이 완충될 공간이 없어 좁은 길과 건물에 가로막힌 형국이다. 특히 해밀톤 호텔 뒷길은 북쪽과 서쪽으로 소통이 원활치 않은 막힌 구조라 재난은 남측 좁은 길을 덮쳤다. 도시의 개방성과 연결성은 물론 완충공간인 광장과 공원녹지도 고민할 과제다. 사통팔달하고 구석구석 숨 쉴 공간을 갖춘 도시라야 비로소 재난에 강한 도시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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