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뉴얼’ ‘주최자’ 타령 대신 예방 중심 안전대책 마련하라

2022. 11. 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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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인파가 너무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생각해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기를 경고하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는데,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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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인파가 너무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생각해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기를 경고하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는데,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경찰은 특별기구를 만들어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했는데,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죽은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고, 사후약방문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며칠간 정부는 ‘매뉴얼’과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일 “주최자가 없는 집단 행사에 적용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틀에 걸쳐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매뉴얼에 없으니 책임이 없고, 주최자가 없으니 선제적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는 논리다. 국민 귀에는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들린다.

주최자가 없어도 경찰을 사전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는 ‘경찰관은 천재, 교통사고,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는 경고·피난·억류·위해방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태원 참사 직전 다수의 112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서둘러 조치했더라면 희생을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은 1일 “행사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 따질 게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 장관도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잘못을 따지고 처벌하는 것은 급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는 대형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국민의 분노-관계자 문책-재발 방지 약속’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흐지부지되고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곤 했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재난 대응이 예방이 아닌 수습 중심의 체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방은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국민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사회적 안전 수준을 높일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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