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인의 교육벤처] 디지털 교육, 더 미룰 수 없다
얼마 전 단어 몇 개로 매우 훌륭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인공지능 (AI) 애플리케이션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고 단어를 입력해 넣은 것만으로 완성된 이미지가 미국의 지역 미술대회 디지털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최근 들어 이렇게 간단한 명령만으로 문장을 써내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 코드를 생성하는 AI 창작 애플리케이션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IT 전문가들이 2~3년 내에 AI가 인간의 창작 기능을 많은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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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대중화되는 중요한 시기
지적 활동의 생산성 커질 것
디지털 문해력 높이는 교육으로
미래세대의 AI 협업 역량 키워야
」
최근의 AI는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 인간이 만든 지적 생산물과 구분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영어로 몇 개의 문장과 키워드만 집어넣으면 순식간에 원하는 분량의 긴 글을 생성해내는 AI 작문 서비스가 근래에 대중화됐는데, 인터넷에서 글을 가져다가 베껴 붙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관자료를 학습해서 그럴듯한 문장을 써낸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문장을 순식간에 써주는 작문 AI로 숙제를 작성해서 높은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생겼다. 이를 보도하는 신문기사의 제목은 ‘AI 리포트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반칙일까’ 였다. 미국은 모든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하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디지털로 일제고사를 치르는 등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르게 이루어진 나라이다. 고등학생들끼리 IT 회사 직원이나 사용할만한 일정 관리나 협업 소프트웨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그중 일부가 AI와 협업을 시작한 것이다. 기술에 긍정적인 미국 사회답게, 교육계의 논의는 벌써 ‘AI와 협업하는 시대의 교육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AI와 협업을 시작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격차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가’ 로 진화하고 있다. 어차피 이들이 졸업해서 사회에 나오면 당연하게 AI와 협업해서 기사를 쓰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한국의 교육계 일각에서도 학생들에게 디지털·AI·코딩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정보통신 선진국이고 온 국민의 인터넷 접속률도 전세계 최고이지만, 놀랍게도 청소년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OECD 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1년에 OECD가 실시한 국제학력평가의 일부로 실시된 디지털 문해력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은 정보의 신뢰성을 판별해서 피싱 메일을 식별하는 테스트에서 최하위권의 점수를 기록했고, 문장에서 사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도 OECD 전체 평균의 절반인 23%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기성 메일, 과장 광고나 가짜 뉴스를 가리는 능력이 제대로 없다는 이야기다.
고도로 발전한 AI를 써서 완벽하게 합성된 목소리, 진짜와 구별되지 않게 만들어진 사진과 영상, 정치적인 목적의 의견을 써내리는 가상의 계정, 교묘하게 설계된 거짓 정보들이 사람들을 현혹하는 시대에 디지털 문해력은 국어나 수학만큼 중요하다. AI와 협업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교육을 도입하는 논의 전에 기본적인 디지털 문해력부터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디지털 교육에 대한 논의는 개인화된 학습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학교 교육을 효율화하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기대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AI 기술은 기존에 학교에서 배우던 지식의 유용성을 흔들고 기존 사회의 상식과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새로운 AI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역량 차이가 학교에서 공부를 더 잘하고 못하는 것 간의 차이를 뛰어넘고, 개인간의 차이를 넘어 사회 전체의 생산성 차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디지털 교육의 도입이 기존 수업 과목과 입시제도에 끼칠 영향을 걱정하는 것을 멈추고 세대 전체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명확히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디지털 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고 어느정도의 기술 수준이 적당한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오늘 기껏 답을 내더라도 내일의 기술은 이미 다를 것이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미래의 모든 기술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기초 교육의 일부로써 디지털 도구의 사용을 장려하고 AI와의 협업을 주선하면서 여기에 따라올 각종 교육적·사회적·윤리적 고민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젊은 세대가 AI와 협업하면서 확장된 역량을 통해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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