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떨어트리면 줍지 말라”…군중 밀집서 생존하려면

나성원 2022. 11.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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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전문가들의 생존법 조언 정리
빽빽한 인파 속 물건 주우려 숙여선 안돼
이동하던 군중이 갑자기 멈추면 위험 신호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F1 대회를 지켜보고 있는 군중들.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군중 사진. AP/뉴시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밀집 사고는 경기장, 콘서트장, 야외 행사장 등 인파가 밀집한 곳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들뜬 분위기를 즐기는 군중들의 특성상 대규모 인파 속에서 사고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밀집된 군중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더라도 불과 몇 분 안에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책임은 관계 당국과 행사 주최측 등에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자신이 대규모 인파 속에 떠밀리는 상황에 빠졌다면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조치들이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군중 압착(crowd crush)’ 위험성을 미리 알아채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정리했다.

-지금 상황이 위험한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군중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움직이던 인파의 흐름이 갑자기 멈추는 경우 밀집도가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는 신호다. 주변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불편함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밀집도가 ㎡당 5명을 넘어서면 위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는 ㎡당 8∼10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각자의 직감도 중요하다. 군중 관리 전문가인 마틴 에이머스 노섬브리아 대학교 교수는 “행동의 자유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순간이 핵심”이라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다니는 상황이 됐을 경우 움직일 수 있다면 곧바로 빠져나와야 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가장 확실한 탈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축제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군중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군중 사진. AP/뉴시스


-위험한 인파 속에 끼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군중이 움직임을 멈췄다면 우선 팔을 옆에 붙이지 말고 가슴을 보호해야 한다. 밀집도가 너무 올라가면 팔을 꼼짝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방지하려면 미리 팔로 ‘방패’를 만들어야 한다. 주로 쓰는 손으로 반대쪽 손목 위를 잡거나 두 팔로 팔짱을 껴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또 두 발로 땅을 곧게 딛고 서야 한다. 인파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거스르지 말고 되도록 흐름에 따르면서 탈출로를 찾는 것이 좋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군중 안전 전문가인 폴 베르트하이머는 WP에 “복싱선수처럼 앞뒤로 다리를 벌리고 무릎은 살짝 굽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키가 작은 사람은 산소 확보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는 어린아이가 더 위험하다. 만약 아이와 함께 인파에 갇혔다면 아이를 어깨 위에 올리거나, 아이를 안아서 아이가 다리로 어른의 허리를 감싸도록 해야 한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절대로 밀집군중 속에서 아이를 팔로 끌면서 이동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인파에 끼었다면 고함·비명은 에너지와 산소를 낭비할 수 있다.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머리를 들어 산소를 확보해야 한다.

만약 빽빽하게 밀집된 인파 속에서 휴대전화 등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바로 포기해야 한다. 물건을 주우려고 허리를 숙였다가 넘어지거나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만약 넘어졌다면 곧바로 일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곧바로 왼쪽 옆으로 웅크려 머리를 보호하는 게 차선책이다. 등·배를 대고 눕거나 엎드리면 매우 위험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인파 속에서 사망자가 어떻게 나오나.

▲군중밀집 사고에서 대부분 사람은 밟혀서 사망하기보다는 선 채로 호흡곤란을 겪다 의식을 잃는다. 주된 사망 원인은 ‘압박 질식’이다. 전문가들은 약 6분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질식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인파 속에서 한 명이 넘어지면 도미노 효과로 넘어진 사람 위로 수많은 사람이 겹겹이 넘어질 수 있다.

지옥 같은 현장에서 빠져나와도 위험은 남아 있다. 일부는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척추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폐, 심장 등 장기가 손상되거나 내출혈, 근육 손상 등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타인을 돕는 것이 안전할까.

▲주변에 넘어진 사람이 있다면 곧바로 최선을 다해 일으켜 세워야 한다. 서로 도와야 한다. 내 옆 사람이 두 발로 서 있어야 내 생존 확률도 올라간다.

에이머스 교수는 “다중밀집 사고는 누구랑 싸우는 것이 아니다. 살아 나오는 것이 모두의 목표다. 넘어진 사람을 도우면 그 한 사람의 목숨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파가 몰릴 만한 곳에 갈 때 위험을 줄일 방법은.

▲우선 튼튼한 신발을 신는 게 좋다. 밀집 상태에서 서로가 서로의 발을 밟는 경우가 많다. 튼튼한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 발을 지킬 수 있고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군중이 붐빌 경우 위급 시 탈출 경로를 미리 파악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붐비는 클럽이나 실내 혹은 야외 콘서트장에 있다면 나와 가장 가까운 출구뿐 아니라 모든 출구의 위치를 확인해놓아야 한다.

야외 행사인 경우 해당 장소에 가기 전에 지도를 보고 대피로, 샛길, 좁은 길이나 막다른 골목 등의 포인트를 파악한다.

-인파 속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는 어디인가.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의 경우 좁은 길과 빽빽하게 들어찬 인파로 인해 사람들에게 많은 선택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인파에 갇혔을 경우 인파 흐름의 앞이나 가운데보다는 주변 가장자리나 뒤에 있는 것이 낫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군중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천천히 대각선으로 가장자리를 향해 움직이는 것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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