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발굴하고 곡 매칭해요” 방송사도 A&R팀 시대
A&R(Artists and Repertorie). K팝 팬들에게는 익숙한 듯 낯선 단어다. 2005년 SM엔터테인먼트 A&R파트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 자리에 오른 이성수 공동 대표의 성공담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업계 용어가 됐다. 기획사별로 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A&R은 새로운 아티스트 발굴과 육성, 실질적인 앨범 제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과정을 아우른다. 초보 연습생을 상품성 있는 뮤지션으로 키워내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는 핵심 파트라 할 수 있다.
CJ ENM이 2020년 11월 방송사로는 이례적으로 A&R팀을 꾸린 것도 그래서다. Mnet ‘프로듀스’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둔 뒤 산하 기획사 웨이크원도 덩달아 몸집이 커지면서 이를 매끄럽게 수행할 수 있는 교두보가 필요해진 것. 지난해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을 통해 결성된 케플러부터 여성듀오 다비치, 싱어송라이터 로이킴 등 소속 가수 면면도 다양하다. 지난달 말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제임스 리 A&R팀장에게 지난 2년간 생긴 변화에 대해 물었다.
Q : A&R팀이 생긴 뒤 CJ ENM의 제작 과정이 어떻게 달라졌나.
“기획사의 A&R팀이 아티스트에게 어떤 음악이 가장 잘 어울릴까 고민하며 맞는 음악을 찾아가듯, 방송사 프로그램 자체를 아티스트 자리를 놓고 곡을 찾는다. CJ ENM A&R팀이 생긴 뒤 가장 처음 한 작업은 ‘걸스플래닛’인데, 이 프로그램의 에너지를 이어받은 케플러 ‘와다다’ 같은 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
Q : ‘스트릿 맨 파이터’에서 발표한 음원도 화제가 됐다.
A : “지난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부터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를 진행하면서 댄스에 최적화된 음원 제작 필요성을 느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저작권 이슈도 있었다. 제작진 및 음악감독과 함께 ‘스맨파’ 출연진이 확정되기 전부터 후보군에 맞춰 트랙 작업을 시작했다. 계급 미션을 위해 만든 지코의 ‘새삥’이 가장 큰 성공을 거뒀지만 윤미래와 비비의 ‘로우(LAW)’도 너무 좋았다. 메가 크루 미션에는 NCT 태용·마크의 ‘릿(LIT)’이나 스트레이 키즈의 ‘헤이데이(HEYDAY)’ 등 아이돌 그룹이 참여했는데 확실히 어디서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 퍼포먼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제임스 리 팀장은 미국 코네티컷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LA의 뮤지션스 인스티튜트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공부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13년 한국으로 건너온 후에는 스타제국 등을 거쳐 2016년 CJ ENM에 입사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K팝에 대한 관심이 컸다. K팝이 조금씩 부상하는 것을 보면서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9년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으로 자리를 옮겨 여자친구를 담당했던 그는 “방시혁 프로듀서와 일을 하며 최상의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 마인드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A&R은 아티스트와 수많은 사람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아티스트 앤 릴레이션(Artists & Relations)’의 약자 같다”면서 “이제 K팝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예전엔 해외 작곡가들이 주로 밑바탕이 되는 트랙을 만들고 한국에서 탑라인(멜로디)을 썼는데 지금은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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