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인스타 먹통까지…흔들리는 ‘SNS 제국’메타
‘카톡 멈춘 세상’에 이어 이번엔 ‘인스타 멈춘 세상’이다. 연이은 어닝 쇼크로 1년새 시가총액 7930억 달러(약 1126조원)가 날아간 메타(옛 페이스북)에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인스타그램이 8시간 이상 먹통이 된 것.
무슨 일이야
메타가 운영하는 글로벌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서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일 오전 7시까지 약 8시간 30분 동안 장애가 발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계정 차단, 팔로워 감소, 튕김 현상 등으로 세계 각국 이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인스타그램은 이날 오전 7시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버그 해결” 소식을 알렸으나, 국가별로 순차 복구됨에 따라 국내 이용자 일부는 오후 4시까지도 불편을 겪었다. 글로벌 접속 장애 추적 사이트 다운디텍터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은 장애 발생 30분 만에 7300건 이상의 접속 불량이 보고됐다.
인스타 먹통이 시작된 이후 트위터 등 각종 SNS에는 “갑자기 인스타 계정이 삭제됐다”, “서너 시간 만에 팔로워 11만명이 줄었다” 등 피해 사례가 이어졌다. 불특정 다수의 일부 이용자에게 ‘랜덤 장애’가 발생하자 “특정 앱을 설치한 사람에게만 장애가 난다더라”는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송영호(26)씨는 “어제 오후 10시 30분쯤 알람이 떠서 들어가보니 계정 차단 공지가 뜨고 순식간에 자동 로그아웃이 됐다”며 “로그인을 시도하니 ‘찾을 수 없는 계정’이라고만 떴다. 새벽 1시까지 계속 복구를 시도하다 포기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계정이 복구돼 있었다”고 말했다.
메타는 뭐래
“명확한 장애 이유와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피해국과 인원도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식 공지도 “이용자 불편을 확인하고 서비스를 복구했다”는 한 줄. 정보기술 업계에선 이번 오류가 해킹·화재 등 외부 요인이 아닌, 인스타그램이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내부 기능 테스트를 하다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폐쇄적인 글로벌 빅테크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앞서 구글도 2020년 유튜브·지메일·클라우드 등 전방위 서비스 마비 당시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빅테크가 새로운 기술·서비스 적용 지역은 바로 발표하면서 오류 공개에만 보수적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이전에도 말야
메타는 최근 장애가 잦다. 앞서 전 세계 20억명이 쓰는 메타의 글로벌 메신저 ‘왓츠앱’은 3분기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달 25일(미국 현지시간) 2시간 가량 아시아·유럽 등에서 접속 오류를 빚었다. 서비스 장애 신고만 7만건을 넘겼다. 이용자는 “주가랑 서비스가 연동되는 거냐”고 분노했다.
이게 왜 중요해
① 메타의 경우: 마크 저커버그가 미는 ‘메타버스 청사진’에 주주의 의구심이 가득한 가운데 기초체력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메타의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50% 이상 줄며 2분기 연속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월가에선 “시총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메타는 이제 빅테크로 부를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광고 실적도 시원찮은데 언제 수익이 날 지 모르는 메타버스에 과도한 지출을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6일 실적발표 이후 메타의 주가는 129.87달러에서 27일 97.94달러로 24.6% 빠졌다. 인스타 장애가 발생한 31일엔 전날 대비 6%가 더 빠지며 93.16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1조 달러를 넘겼던 시총은 현재 2470억 달러다.
② 한국의 경우: 조금 더 특수한 상황이다. 127시간짜리 카톡 대란을 겪은 지 불과 2주, 이태원 참사로 SNS의 역기능을 적나라하게 경험한 지 며칠 만이다. 카카오·유튜브·메타 등 대형 플랫폼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불편함을 깨닫는 계기가 잇달아 터진 셈이다. ‘초연결 피로도’도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의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은 이미 깨졌다”며 “플랫폼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는 그간 규제 당국이 주로 고민했던 문제인데, 이젠 소비자나 국민 차원에서 플랫폼에 대한 요구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국내에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메타의 장애 보고를 토대로 사고 원인을 파악해 향후 처분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2020년부터 시행된 일명 ‘넷플릭스법(망 품질 유지 의무화법)’에 따라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과 오류 발생 시 이용자 상담 창구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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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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