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 유네스코 무형유산 된다…풍자와 해학, 세계가 인정
풍자와 해학의 종합예술로 평가받는 우리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른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산하 심사기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의 ‘탈춤(Talchum)’에 대해 대표목록 ‘등재 권고’ 결정을 내렸다. 오는 28일부터 모로코에서 열리는 제17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 회의에서 사무총장 승인을 거치면 정식 등재된다. 심사기구의 ‘등재 권고’ 결정 이후 사무총장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등재 권고’ 결정은 사실상 ‘등재 확실시’로 여겨진다.
전 세계에서 모인 전문가 6인과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6인으로 구성된 심사단은 1일 공개한 결정문에서 탈춤에 대해 “탈춤은 구전으로 전해진 공연예술로, 음악·춤·연극을 포함하는 전통에 더해 탈을 만드는 장인의 예술정신도 연관되어 있다”며 “현재도 개인적으로 전통을 잇거나 보존회에 소속된 전승자들이 있고, 대중도 취미활동으로 탈춤을 배울 수 있다”고 탈춤의 전승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해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앞서 탈춤을 “춤·음악·연극을 아우르는 공연예술”이라 소개하며 “관객과 교감하고 사회 비판적 성격을 띤 탈춤은 1970~80년대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도 퍼졌고, 이 세대가 탈춤의 전승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심사단은 “공고한 신분제를 비판하고 평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탈춤의 주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등재를 신청한 탈춤에는 하회별신굿탈놀이, 봉산탈춤, 북청사자놀음, 양주별산대놀이 등 국가무형문화재 13종목과 김해오광대, 속초사자놀이 등 시도지정문화재 5종목이 포함돼있다.
심사단은 “탈춤을 등재목록에 올리는 것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무형유산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무형 유산에 가시성을 부여하는 ‘탈’의 의미를 고취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2019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대상 공모를 통해 9개 후보 중 탈춤을 선정했고, 2020년 3월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17차 회의에서 탈춤이 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정식 등재될 경우, 신청 2년 8개월 만에 등재목록에 오르게 된다.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판소리, 아리랑, 가곡, 김장 문화, 제주 해녀 등 21건의 무형유산을 대표목록에 올렸다. 탈춤은 22번째 등재된 무형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한국은 13건의 세계문화유산, 2건의 자연유산, 22건의 무형문화유산 등 총 37건의 유네스코 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문화재청은 공식 등재 이후 탈춤에 포함된 각 종목 보유자 등이 참여하는 등재 기념 축하 공연을 국내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국가무형문화재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유자인 김춘택(72)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회 회장은 “제가 탈춤을 시작한 지 올해가 50년인데 이렇게 기쁜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등재심사에서 북한은 ‘평양 랭면(냉면) 풍습’에 대해 등재 권고를 받았다. 탈춤과 마찬가지로 17차 회의에서 승인 과정만 남겨두고 있다.
심사단은 평양냉면 풍습에 대해 “주로 평양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다양한 상황에서 먹는 차가운 면과 관련된 사회적·문화적인 관습”이라며 “특정 가문, 식당 또는 공식 교육기관에서 전해지며 문화적 정체성과 지속성을 고취시킨다”고 평가했다. 평양냉면 풍습이 목록에 등재되면 북한은 아리랑(2014), 김치담그기(2015), 씨름(2018, 남북 공동등재) 이후 4번째 유네스코 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등재 심사에서 등재 권고를 받은 총 31건의 무형유산 중에는 중국의 ‘차 문화’, 일본의 전통 기원무인 ‘푸류 오도리’ 등도 포함됐다. 프랑스의 ‘바게트 장인의 노하우와 문화’, 사우디아라비아의 ‘카울라니 커피콩 재배 지식과 기술’, 슬로베니아의 ‘양봉’ 등 지역 특유의 식품과 관련된 문화도 함께 등재 목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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