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문건 속엔…"박근혜 7시간처럼 미흡함 찾는 시도할 것"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언론,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정리한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는 진보 성향 단체가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며,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SBS는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경찰청 내부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문건은 이태원 참사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작성됐다. 표지에는 ‘특별취급, 대외 공개와 다른 기관 전파를 금지한다’고 적는 등 보안을 강조했다.
문건은 ‘이태원 사고 관련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 ‘이태원 사고 관련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이태원 사고 관련 온라인 특이여론’, ‘산업현장 안전관리 구조적 문제 개선 필요’, ‘지자체 안전 한국 훈련 대비 실태 및 현장 요망사항’ 등 5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5항목 중 3개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내용이다.
먼저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 부분에서는 "향후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될 소지가 있다며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와 치료비, 보상금과 관련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를 위해 "국민 애도 분위기 속 성금 모금을 검토하고 정부도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자체 실무자들 반응을 담았다.
이어 지난 2014년 16명이 숨진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를 언급하며 "(보상 문제는) 외부인 참여가 늘어날수록 협의가 어려워진다, 초기에 가족 대표를 정해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경찰은 "단골 비난 소재인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처럼 대통령 보고 시각, 지시 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한 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각 부처 브리핑 등에서 논란을 일으킬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핵심 메시지만 간결하게 발표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다음으로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부분에서는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며, 내부적으로 긴급회의 등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성명에서 여성 피해가 많았던 점을 거론했다고 언급하며 "추후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고 적시했다.
또한 "전국민중행동 측은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책임자들을 단죄하지 않은 검찰과, 그 연장선에서 들어선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특이 여론' 부분에서는 "정부의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면서 "정부 책임 관련 보도량이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적었다.
이 문건은 대통령실 등 상급 기관에 보고하기 위한 용도로 추정된다. 경찰청은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배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정보 수집은 법률에 따라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으로 그 범위가 규정돼 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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