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 목격담 "숨 못 쉬며 쳐다보던 눈빛 떠올라 고통스럽다"
인도인 뉴힐 아하메드(32)씨가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대한 목격담을 전하며 “두 장면이 잊히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31일(현지시간) 캐나다 CBC 방송에 따르면 아하메드는 “이태원 사고 이후 눈만 감으면 끔찍한 그 장면들이 떠올라 고통스럽다”고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첫 번째 장면은 이미 사망한 친구에게 30여분 간 심폐소생술(CPR)을 멈추지 않던 한 남성의 모습이다. 소용없으니 그만하라는 바로 옆 다른 친구의 외침에도 그는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다.
다음 장면은 군중 속에서 눈이 마주친 한 여성이다. 이 여성은 사람의 더미 속에 갇혀 숨을 쉬지 못하며 무력한 눈빛으로 아하메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여성을 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잠을 자려고 누우면 어김없이 두 장면이 떠오른다”며 “지난 이틀 동안 기껏해야 5∼6시간 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로 한국에 머물며 이태원에서 살아온 지 올해로 5년째인 아하메드는 해마다 이태원 주변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겼지만, 올해 같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 속에 갇혀 멈출 수도,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인파의 파도를 따를 도리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하메드씨는 당시 가까스로 벽 쪽으로 몸을 움직여 난간을 잡고 계단 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군중 속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행과는 떨어지게 됐다.
30분쯤 지난 후 현장을 벗어나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곳곳에서 사람들이 기절하고 비명을 질렀다. 또 “숨을 쉴 수 없다”는 외침이 들렸다.
아하메드는 당시 참사라고 할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구급차들이 잇달아 들어오면 급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충격적 소식을 들었다. 외국인 사망자 중 스리랑카 국적자는 함께 이태원에 갔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고국의 아내와 비디오 통화를 하며 축제의 현장을 전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하메드 당시 현장에서 경찰을 별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누구에게도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원래 축제 같은 행사에 경찰이 별로 없다. 그만큼 한국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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