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잠수함 부산 입항 전격 공개…"강력한 대북 경고"
한ㆍ미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시작한 지난달 31일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추진 잠수함이 부산에 들어왔다. 미 국방부는 1일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입항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최근 들어 북한이 연합훈련 기간에도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각종 도발을 계속하는 행태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미 국방부는 로스앤젤레스(LA)급 공격형 핵잠수함인 키 웨스트함(SSN 722)이 전날 오전 해군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며 관련 사진 5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키 웨스트함이 기지로 들어오는 가운데 도열한 해군 장병이 환영 플래카드를 든 모습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이번 핵잠수함 입항은 연합훈련 등을 목적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며 “핵잠수함과 같은 미국의 전략자산 이동에 대해선 미측과 협의 없이 우리가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미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등 항모강습단이 동해 공해상에서 한ㆍ미 연합훈련과 한ㆍ미ㆍ일 대잠수함전 훈련을 하기 위해 지난 9월 23일 부산에 입항했다. 당시 훈련에는 키 웨스트함과 같은 LA급 핵잠수함인 애나폴리스함(SSN 760)도 참가했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애나폴리스함은 훈련 전에는 입항하지 않았지만, 훈련을 마친 뒤 부산에 잠시 머물렀다”고 말했다. 한 달 남짓한 사이에 미 해군의 핵잠수함 2척이 잇따라 한국에 들어온 셈이다.
핵잠수함은 매우 은밀하게 움직이는 전략자산으로 이동 경로를 노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미 국방부가 공개한 것을 두고 ‘강력한 대북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나폴리스함과 키 웨스트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쏠 수 있는 12문의 수직발사관(VLS)을 갖추고 있는데, 한반도 인근 해상에선 북한 전역이 사정권이다.
특히 키 웨스트함의 이번 입항과 관련해 군 안팎에선 “행사나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 들어온 것은 특별한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공격형 핵잠수함은 유사시 토마호크 미사일로 지상 공격을 하는 것은 물론 적진에 잠입해 정보를 수집하고 특수작전 등에도 투입된다”며 “괌에 전진 배치된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보내고 이를 공개한 건 미국이 북한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한 미 7공군사령부는 한ㆍ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주일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 4대가 군산 기지에 왔다고 밝혔다. F-35B가 국내 기지에 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훈련에는 F-35B를 비롯한 미국의 군용기 100여대와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한국군 군용기 140여대 등 총 240여대가 동원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외무성 담화와 대외 선전매체 등을 통해 “북침 전쟁 연습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발광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ㆍ미 군 당국은 이번 훈련 기간 중 북한이 새로운 도발에 나설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핵잠수함 입항을 대놓고 공개한 것도 이같은 북한의 도발을 사전 억제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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