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처제·조카 한날 작별한 아빠… “곁 지켜준 분들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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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집사람을 떠나보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건, 행정적으로 불편한 것 없게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일 오전 서울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50대 여성 정모씨 빈소에서 걸어나온 남편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1일 오후 5시까지 확인된 사망자 156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신원이 파악된 40대 여성 황모씨 빈소는 이날 아침 일찍 강동경희대병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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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집사람을 떠나보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건, 행정적으로 불편한 것 없게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일 오전 서울 고대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50대 여성 정모씨 빈소에서 걸어나온 남편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인천에 살며 구청 직원으로 일하던 정씨는 지난 29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동생과 조카도 함께였다. 현장에 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다른 조카는 다행히 화를 면했다.
이날 정씨 남편의 퀭한 눈밑에선 이태원 참사 이후 며칠간의 깊은 슬픔이 묻어났다. 정씨 가족 중에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밥술을 뜨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정씨 남편은 사고 경위에 대해선 “충격이 크다”는 외에 말을 아꼈다.
빈소 밖으로 걸어나온 그가 꺼낸 첫마디는 담당 경찰관과 공무원을 향한 앞서의 감사 인사였다. 부인의 시신이 잠시 안치됐던 강동경희대병원 주변에 숙소를 마련해주는 등 유족 편의를 챙겨준 경찰관 및 공무원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정씨 남편은 “(담당) 경찰관들이 신경을 많이 써줬다”며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어려운 것 있으면 연락하라며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꾹꾹 눌러왔던 유족들의 슬픔은 이날 점심시간을 넘겨 입관을 한 이후 터져 나왔다. 상복차림의 유족 10여명은 서로를 부축한 채 고인과 30분 남짓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입관 이후 오후 늦게까지 빈소 밖으로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1일 오후 5시까지 확인된 사망자 156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신원이 파악된 40대 여성 황모씨 빈소는 이날 아침 일찍 강동경희대병원에 마련됐다. 오전 9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우는 황씨의 딸을 친구가 연신 위로했다.
앞서 황씨 유족들은 전날 오후 5시 넘어 고인이 안치된 고대안암병원에서 시신을 확인했다. 안치실로 향한 다른 유족들도, 친구 품에 안겨 도착한 딸도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참사 이틀 뒤였지만 지문 확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원이 늦게 파악됐다. 주민등록된 지문이 흐릿해 조회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지방에서 장례를 마치고 발인한 희생자 A씨(20)의 동갑내기 친구 B씨는 전날 장례식장을 찾았다. A씨와 함께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았던 B씨는 오히려 장례식장에서 위로를 받았다. A씨 부모는 그에게 “네 탓이 아니라 그냥 사고”라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이날은 숨진 A씨 생일이기도 했다.
중학교 동창이지만 매일 통화할 정도로 가까웠던 둘은 성인이 된 뒤 처음으로 올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을 함께 찾았다 인파에 휘말렸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에서 참사가 벌어진 해밀톤호텔 옆 골목으로 들어선 후 서로를 놓쳤다고 했다.
골목을 겨우 빠져나온 B씨는 옆 골목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A씨를 발견했다. 1시간여 구조를 기다리는 내내 주변에 심폐소생술을 요청하고 친구의 팔·다리를 주물렀다. 마침내 구급차가 도착했을 땐 보호자로 차량에 함께 올랐다. 하지만 끝내 친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이 꿈이라면 좋겠다던 B씨는 장례까지 치른 친구의 죽음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B씨는 “내일이라도 친구에게 전화가 올 것 같다”며 “거기서 제가 친구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송경모 김용현 양한주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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