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은 경제위기 안전판…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성장 지원해야”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기업 승계는 ‘막막’하고, 인재 구하기는 ‘답답’하며 세제·금융 혜택을 주던 특별법도 2년 안에 일몰 예정돼 있어 사업하기는 ‘먹먹’하다-.
전체 기업 수의 1.4%(5526개)에 불과하지만 수출의 18%, 일자리의 14%를 차지하면서 ‘든든한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국내 중견기업은 이렇게 3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경제위기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중견기업이 대내·외 충격을 흡수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만큼,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성장 해법을 찾아서’ 주제의 좌담회에서다.
이날 좌담회에는 황수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이준혁 월드클래스기업협회장(동진쎄미켐 부회장)이 참석했다. 송유철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현장에서는 핵심 현안인 기업 승계와 관련해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호준 부회장은 “경영의 흐름을 연결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이를 회원국 평균인 15%로 인하하는 등 전향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준혁 협회장은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많은 기업인이 기업 매각이나 금융권 대출로 고통받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래 성장을 이어갈 인력 확보도 난제다. 특히 지방에 기반을 둔 중견기업의 경우 수도권으로 인재 이탈률이 높아 어려움이 더 크다. 민병주 원장은 “다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기업의 진면목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견기업 스스로 어떤 회사인지, 처우가 어떤지, 복지가 얼마나 좋은지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아쉬워했다.
업계는 대·중소기업 사이에 중견기업의 개념과 지원 구간을 만들어 세제·금융 혜택을 주는 중견기업특별법이 2024년 7월 일몰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2014년 중견기업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중견기업 수는 2013년 3846개에서 2020년 5526개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이 법이 일몰되면 중견기업의 조세 부담이 급증하고,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준조세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호준 부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중심의 역동적 경제’로 전환을 위해서는 틀을 깨는 수준의 과감한 규제 개혁과 민간의 투자 의욕을 고취할 안정적인 법·제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중견기업계의 요구에 대해 황수성 실장은 “중견기업특별법의 상시법 전환에 대해서는 조만간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중견기업이 많아지면 국가 경제적 리스크 완화가 가능하다”며 “정부는 정책 지원을 보다 확대·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병주 원장은 “앞으로 중견기업 중심의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중견기업에서 세계적 전문기업으로 성장 사다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 중간 규모인 기업을 가리킨다. 업종별로 연 매출 400억~1500억원 이상, 자산 5000억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기업이 해당한다. 의복·신발·1차 금속 제조업 등은 연 매출 1500억원(3년 평균), 전자부품·자동차 제조업 1000억원, 숙박·임대업 400억원 이상일 때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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