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팬 바글바글…KBO 재개와 함께 부활한 ‘잠실새내’

나건웅, 반진욱 2022. 11. 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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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신상권 지도 (10) 잠실새내역
엘스·리센츠 고가 아파트 배후 수요도 풍부
포스트 코로나 신상권 지도 (10) 잠실새내역
엘스·리센츠 고가 아파트 배후 수요도 풍부

# 10월 24일 오후 1시 찾은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2번 출구. 잠실 엘스와 리센츠, 트리지움까지. 사방에 포진한 고급 아파트 단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3·4번 출구 쪽 호프와 고깃집이 즐비한 먹자골목은 한산했다. 대부분 가게가 오후 4~5시부터 문을 여는 탓에 썰렁한 기운만이 감돈다. 점심 식사를 하러 온 손님도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골목 이면 주택단지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타로·사주카페, 네일숍, 핸드폰 매장, 피트니스센터 등 생활 밀착형 매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거리는 이곳저곳 매장을 구경하는 젊은이들로 활기를 띤다. 몇 없는 개인 카페도 인기다. 주로 점심 식사 후 인근 주민이나 직장인이 카페를 이용하는 모습이다.

잠실새내 상권의 진면목은 오후 6시 이후부터 나온다. 학업을 마친 중·고등학생은 물론 인근 주민까지 먹자골목 상권 전체에 사람이 바글거린다. 특히 이날은 잠실새내 상권 바로 옆에 위치한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린 날. 경기가 끝나자 야구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줄지어 경기장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사실 잠실새내는 야구 좀 본다는 이들에게는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뒤풀이 상권’이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그날 하루 경기를 복기하며 팬들끼리 회포를 푸는 자리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식당과 주점 곳곳에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팬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잠실새내역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재이 씨(가명)는 “잠실새내 상권은 종합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즐기거나,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고 난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경기나 콘서트가 있는 날은 손님들이 아무래도 많이 오지만 행사가 없으면 손님도 없다. 야구 경기 있는 날과 없는 날 편차도 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신천역’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잠실새내역’ 상권이 매경이코노미가 연재하는 ‘포스트 코로나 신상권 지도’ 시리즈 10번째 주인공이다. 잠실새내역은 오랜 기간 사용해왔던 신천역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2016년 잠실새내역으로 재탄생했다. 지하철 2호선 역인 ‘신촌역’과 발음이 헷갈린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다 행정구역상으로도 ‘신천리’가 아닌 ‘잠실동’에 위치한 까닭이다.

잠실새내역은 서울을 대표하는 저녁 상권 중 하나다. 호프·맥줏집과 유흥주점, 노래방, 나이트클럽 위주로 구성된 먹자골목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상권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흥거리를 찾아오던 손님 발길이 줄어든 대신 내과·외과·소아과 등 의료 서비스 매출이 급증했다. 덩달아 일반 음식·소매·생활 서비스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먹자골목에서 이제는 ‘복합 상권’으로 진화에 성공한 잠실새내역 상권을 분석해본다.

잠실새내 상권은 근처에 고급 아파트 단지가 즐비하다. 탄탄한 배후인구 덕에 매출 규모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윤관식 기자)

▶사방이 고급 아파트…풍부한 배후

▷야구 경기·콘서트 관람객의 ‘성지’

잠실새내역 상권은 사거리를 기준으로 지역이 4개로 구분된다. 4곳 중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사거리 기준 왼쪽 남측에 위치한 먹자골목 상권 하나뿐이다. 왼쪽 위는 잠실 엘스, 오른쪽 위는 리센츠 아파트, 오른쪽 아래는 트리지움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는 등 주변이 모두 20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다.

하필 왼쪽 남측 상권이 발달한 이유는 ‘잠실종합운동장’ 위치와 무관하지 않다. 잠실새내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정도만 이동하면 잠실종합운동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을 비롯해 잠실야구장, 수영장, 잠실파크골프장 등 체육시설과 매우 가깝다. 잠실야구장 코앞에 있는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근처에는 제대로 된 먹거리 상권이 없다. 북쪽으로는 체육시설, 남측으로는 정신여중·고와 아시아공원이 위치한 탓에 유흥 상권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덕분에 잠실새내 먹자골목 상권은 이중으로 배후 효과를 누리는 중이다. 인근에 소득 수준이 높은 아파트 단지가 대거 포진한 것은 물론 체육시설에서 문화생활을 즐기고 나오는 관람객까지, 유동인구와 수요가 넘친다. 유흥 매장과 식당 위주로 구성된 먹자골목 상권 입지로는 최적의 조건이다.

거리두기

▶21년엔 병원, 22년엔 외식업 ‘방긋’

▷저녁 상권 살아나며 숙박·유흥도 부활

먹자골목으로 긴 시간 명성을 이어온 잠실새내역 상권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면서 야구 경기나 대형 콘서트 등 문화 행사가 중단됐고 이 과정에서 상권으로 유입되는 인구 자체가 크게 줄었다.

대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상권을 찾는 일이 늘었다. 소매·서비스업 같은 생활 밀착형 업종이 급부상하며 상권이 재구성되고 있는 배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는 그간 주춤했던 음식과 유흥 업종 매출까지 늘어났다. 상권 몸집과 다양성, 양쪽으로 한 단계 진화를 이뤄낸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잠실새내역 월평균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올해 3분기 월평균 매출은 445억원으로 같은 기간 2019년 매출(407억원)보다 4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 36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2021년 600억원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2021년 3분기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은 단연 ‘의료 서비스’ 업종이다. 전년 대비 음식 업종 매출이 373억원에서 286억원까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의료 서비스 업종은 475억원에서 1287억원까지 3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반 병원을 찾는 인근 주민이 늘어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틈타 피부과·성형외과 같은 미용 의료 서비스 매출이 급증한 덕분이다. 주시태 나이스지니데이타 팀장은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먹자골목 내 위치한 식당이 대거 휴·폐업에 들어가면서 음식 시장 규모가 크게 줄었다. 대신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의료 서비스가 상권 매출을 끌어올리며 상권 대표 업종이 병원으로 전환되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2022년 1분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의료 서비스 매출 감소세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과거와 달리 상권의 주요 매출 구성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만 따져보면, 전년 대비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역시 외식업군이다. 1위는 한식·백반(6억8000만원), 뒤를 이어 호프·맥주(6억1000만원), 갈비·삼겹살(5억3000만원)이 나란히 2·3위를 차지하는 등 먹거리 매출이 크게 늘었다. 먹자골목에서 백가신흥정육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이곳 상권은 오후 7시부터 새벽까지 사람이 많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때는 상권이 이른바 ‘죽었다’고 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지만 현재는 회식도 늘고 단체 손님이 더 많이 방문해준다. 그래도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까지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권 내 인기 맛집은 어디일까. 맛집 빅데이터 플랫폼 ‘식신’에 의뢰해 최근 3개월 동안 조회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식당을 추린 결과 매운 비빔냉면으로 유명한 ‘해주냉면’, 트리지움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스시야 ‘스시산’이 순위에 올랐다. 이 밖에도 일본식 스키야키와 오마카세를 선보이는 ‘잠실물결’, 닭 특수부위를 전문으로 파는 ‘한국계’, 아랍식 양고기구이로 유명한 ‘알라딘의양고기’ 등 이색 맛집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외식만 분위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일반 병원(4위), 피부과(5위), 편의점(6위), 노래방(7위), 약국(8위) 등 의료 서비스는 물론 소매 업종까지 매출이 골고루 늘어났다. 김도훈 나이스지니데이타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주춤했던 잠실새내 음식업 매출은 올해 2분기 이후 대형·고급화 경향이 나타나면서 회복하는 추세다. 음식업과 유흥시설 매출 회복으로 저녁에 강한 먹자골목 상권 특성이 다시 살아났고 숙박업과 노래방 등 여가·오락 서비스업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포착된다. 한식, 중식, 분식, 커피 등의 점심부터 오후 시간대 음식업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잠실새내
새마을 전통시장을 비롯한 전통 상가는 주거지 상권의 ‘힘’이 작용하는 곳이다. (윤관식 기자)

▶잠실새내역, 향후 전망은

▷야구·콘서트 외 탄탄한 수요 주목

잠실새내역 상권 전망은 밝다. 최근의 매출 흐름 추이, 배후인구 그리고 각종 호재를 고려하면 입지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점포당 월평균 매출의 흐름이 좋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잠실새내역 상권은 2021년 3분기 월평균 매출 1126만원을 기록하며 저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점포당 매출이 2164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2·3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시와 송파구 점포의 월평균 매출이 꾸준히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실새내역 상권이 가진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월평균 매출 역시 486건에서 856건으로 급등했다.

잠실새내 상권의 또 다른 특징은 매출이 ‘골고루 발생한다’는 점이다. 흔히 상권은 회사 근처에 자리 잡은 오피스 상권 그리고 근처에 배후인구가 많은 주거지 상권, 이른바 ‘항아리 상권’으로 나뉜다. 오피스 상권은 직장인이 많은 주중에는 장사가 잘되다가도, 주말에는 매출이 뚝 떨어진다. 종로3가나 여의도가 대표적인 곳이다. 반대로 항아리 상권은 주말에만 장사가 잘되는 곳이 많다. 일산, 분당, 노원 등 베드타운이 밀집한 신도시 상권을 생각하면 쉽다.

다른 상권과 달리 잠실새내는 매출이 일주일 내내 골고루 발생하는 편이다. 토요일 매출 비중(18.7%)이 높은 편이지만 다른 주중인 월요일(14.6%), 화요일(14.5%)과 비교해도 매출 점유율의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상권 특징에 기인한다. 우선 배후인구가 많다. 잠실 리센츠, 잠실 엘스 등 대단지 아파트가 상권을 둘러싸고 있어서다. 배후인구가 많아 어느 정도 이상 수요를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다. 주중에만 매출이 발생하는 일반 오피스 상권과는 차이가 난다는 의미다.

주요 소비 연령대도 다양하다. 잠실새내는 다른 먹자골목에 비해 연령층 분포가 고르게 나타나는 특징을 갖는다. 이 또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나타난 변화다. 과거에는 다른 먹자골목처럼 2030 비교적 젊은 세대 소비와 3040 남성 소비 비중이 높았다면 최근에는 병·의원, 미용 서비스, 스포츠시설 등이 증가하면서 연령대가 고르게 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주시태 팀장은 “잠실새내 상권 전반에서 최근 여성을 겨냥한 업종과 마케팅 전략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중과 점심~오후 시간대가 주력인 미용, 의류, 피트니스센터 같은 업종이 앞으로도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먹자골목은 야구 경기와 콘서트를 즐긴 시민들이 뒤풀이를 하러 오는 상권으로 유명하다. (윤관식 기자)

앞으로 호재도 적잖다. 잠실새내는 콘서트·야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매출이 급등하는 지역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콘서트 등 대형 문화 행사가 본격으로 시작되고 있다. 잠실주경기장과 실내경기장은 국내 가수들이 대형 콘서트를 여는 장소 중 하나다. 매일 경기가 열리는 야구도 올해부터 관중 입장이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잠실야구장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구단 2개가 홈 구장으로 사용한다. 타 구장에 비해 경기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잠실새내역 먹자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훈 씨(가명)는 “시간대별로 계속 손님이 방문한다. 오전에는 식사를 위해 찾는 직장인이, 오후에는 학업을 마치고 방문하는 10대가 많다. 6시부터 10시까지는 퇴근한 직장인과 경기나 콘서트가 끝나고 오는 사람들이 주 손님”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잠실새내역 상권 단점으로 지적되는 건 ‘부족한 확장성’이다. 주변이 아파트 단지와 학교, 체육시설로 둘러싸여있어 상권이 더 커질 여지가 적고 개업할 수 있는 업종도 제한적이다. 상권 크기가 큰 먹자골목 상권은 이미 공실률이 0%에 가까운 상황이다. 먹자골목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미희 씨(가명)는 “잠실새내 메인 먹자골목은 공실이 없다고 보면 된다. 굳이 커피 전문점을 차린다고 가정해보면 보증금 1억원, 월세는 300만~4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며 “생활 밀착형 업종이라면 주택가 상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택 상권으로 들어가면 보증금은 2000만~3000만원, 월세는 100만~150만원 선으로 확실히 저렴해진다”고 설명했다.

[나건웅·반진욱 기자 고혜영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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