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이어 대입도 뒤집히나…美대법원 '소수 인종 우대' 심리 시작
바이든 정부 "소수 인종 우대 지지"
“종료 시점이 언제인가요? 언제 알 수 있을까요?”
에이미 코니 베럿 미국 연방대법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학 입시에서 흑인 등 소수인종을 우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학 측 변호인에게 물었다. 학교 측 주장대로 일정한 목표를 위한 제도라면 종료 시점이 있어야 하고 그 지표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베럿 대법관은 판례를 인용하며 이 제도는 “매우 위험하므로 그만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학 입학에서 흑인 등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제도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ㆍSFA)’이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심리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는 미국 내 가장 오래된 공립대학이며, 하버드는 가장 오래된 사립 대학이다.
5시간가량 이어진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제도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질문을 쏟아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대법원은 2003년과 2016년 이 제도를 유효하다고 본 판례에 위헌 소지가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6대 3의 보수 우위로 바뀐 대법원이 해당 판례를 다시 심리하게 되면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면서 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대법원이 어퍼머티브 액션 판례를 뒤집으면 지난 6월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이후 또 한 번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위헌으로 결정되면 대학 입학 자체는 물론 취업 등 경제ㆍ사회 전반에서 큰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계에서 유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임을 감안하면 국제적 파장도 예상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법무부를 통해 대학 측을 지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를 대리하는 엘리자베스 프리로거 변호사는 “부정적인 결과는 미국의 거의 모든 중요 기관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군사, 의료, 과학기술, 기업 등을 나열했다. 군 장교단 다양성은 “중요한 국가안보 필수 사항”이라고도 주장했다.
SFA는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를 차별함으로써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 대해서는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에 대해 법의 보호를 동등하게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14조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두 대학과 바이든 정부는 인종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며, 인종을 고려하지 않으면 대학 교육에서 중요한 관점인 다양성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대학이 입학 심사에서 인종 외에 40개 요인을 고려한다면서 “SFA는 대학이 인종만 고려한다는 점을 입증하거나 한 사례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미국인이 된다는 의미, 그리고 미국의 다원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의 한 부분은 (대학 같은) 기관들이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모든 다양성을 실제 반영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다양성이란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다양성’이란 단어를 여러 번 들었는데, 나는 도대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모두에게 모든 것을’ 이란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낙태권 폐지 다수 의견서를 작성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대학 입학은 제로섬 게임”이라며 “인구비율 대비 입학생이 적은 소수로 분류되는 사람에게만 ‘플러스’를 주면 다른 학생에게는 불이익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처음엔 흑인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였으나 지금은 특정 인종을 배려하느라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을 역차별하고 있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의 골자다. 대법원이 SFA 손을 들어줄 경우 인종 간 갈등을 불러오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번 법정 싸움은 보수 운동가인 에드워드 블럼이 인종 선호 제도 폐기를 위해 수십 년 동안 노력한 결과라고 CBS뉴스가 전했다. SFA 창립자인 블럼은 2016년 텍사스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졌지만 이번에는 승리를 선언하기 직전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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