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회사채 독식하는 ‘적자 기업’ 한전…증권가 ‘눈총’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가운데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밉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전언. 올해 한전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23조4900억원. 정부의 지급보증을 앞세워 최상위 신용등급(AAA)을 누리는 한전이 매달 2조~3조원 규모의 채권을 쏟아내며 일반 기업 회사채 입지를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는 중.
한전은 매년 천문학적인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의 연간 적자 전망치는 약 30조원 수준. 뛰는 연료비를 전기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며 한전 적자가 불어나자 해소책으로 1년 내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 하지만 이런 행보가 회사채 시장을 더 어지럽게 한다는 우려가 많은데.
현행법상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인데, 영업손실이 커질수록 그 한도는 줄어들어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 여력이 거의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
한전이 올해 내내 대규모 채권 발행을 이어가며 일반 기업은 회사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어. 정부의 지급보증을 토대로 최상위 안정성을 누리는 한전이 금리까지 높여 채권을 발행하다 보니 회사채 투자 수요가 모두 한전채로 쏠리는 상황이 수개월째 반복되는 중. 일반 회사채가 외면받는 ‘구축 효과’가 반복되고 있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 자금은 뻔한데 한전채가 쓸어가니 다른 회사채는 돈 구경을 못하는 실정”이라며 “한전이 요금 인상이나 자산 매각 시기를 놓치며 채권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셈”이라고 일갈.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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