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책임론’ 칼 빼든 이재명…“원인규명, 책임소재 따지겠다”
“지금부터는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될 때가 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지 사흘째인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 책임론’을 전면에 내걸었다. 전날까지 ‘정부 비판 자제, 사태 수습 우선’을 대응 기조로 삼던 민주당이 하루 만에 대여 강공 모드로 선회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정책의원총회에서 “이 사고는 명백한 인재(人災)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자 없는 행사’ 안전 매뉴얼 마련을 지시한 것을 겨냥해 “제도 부족으로 생긴 사고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왜 천재지변도 없는데 아무 이유 없이 가족·친지·이웃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는지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당연히 책임소재도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 이후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정부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이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부터 총리·장관·시장·구청장까지 하는 말이라고는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다. 오로지 형사 책임만 따진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가 참사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전국 17개 시·도에 ▶참사→사고 ▶희생자→사망자 ▶피해자→부상자라고 표기 지침 공문을 내린 것도 민주당의 표적이 됐다. 이 대표는 “가족과 친지를 잃고 오열하는 국민 앞에 장난하고 있느냐”고 말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도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등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최고위에서 “현재는 (진상 규명보단)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며 정부 비판을 자제했던 이 대표가 하루 만에 공세로 전환한 것은 전날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 때문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그동안 이 대표가 계속 인내했지만, 어제(10월 31일) 참사 현장을 직접 방문한 뒤 사태 수습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자꾸 면피하려는 정부 태도가 사태 수습에 방해가 된다고 결론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강경론도 ‘정부 책임론’으로 선회한 이유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요 며칠 사이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서 ‘(정부 책임론 등) 왜 야당이 날을 세워야 할 일을 여당의 유승민 전 의원이 하느냐’는 반발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민주당은 적어도 희생자들의 발인이 마무리되는 2일까지는 정부 비판을 자제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의 의총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를 겨냥한 책임론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를 ‘불의의 사고’로 축소해 정부의 책임을 면하려는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국민 15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가”라며 날을 세웠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이태원 참사’ 긴급 현안 보고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질의를 생략한 회의 방침에 대해 “회의를 왜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느냐”(문진석 의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현안보고에 대해서도 “사고가 왜 났는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정도는 기본으로 있어야 했다”(김교흥 의원), “무책임한 보고다. (정부 보고대로면) 운이 없어서, 재수가 없어서 돌아가신 거란 얘기밖에 더 되나”(이해식 의원)는 혹평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일단 5일까지인 애도 기간이 끝난 뒤 다음 주 중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를 통해 정부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일각에서는 행안위 차원을 넘어 국정조사를 추진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자체와 경찰의 잘못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 이슈는 한 달 가까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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