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공사 분할해야 주가 오른다"…국내 행동주의 펀드도 나섰다

김종학 2022. 11. 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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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FCP 이어 안다자산운용 가세
"KGC 기업가치 현재 주가에 미반영"
이사회에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無
"글로벌 에너지드링크 시장서 기회 찾아야"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인 안다자산운용이 KT&G의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을 포함한 주주제안에 가세했다.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의 주주제안에서 더 나아가 인삼공사 분할 시나리오까지 제안서에 포함하고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1일 주주제안을 통해 한국인삼공사가 인삼사업의 성장성과 잠재력에도 혁신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적분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다자산운용은 △KGC 인적분할과 재상장을 비롯해 △궐련형 전자담배(HNB) 사업의 글로벌화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 증대 등 4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제안서에서 안다자산운용측은 "140여년 역사를 지닌 KT&G는 인삼사업부문의 성장성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꾸준히 저평가 되어 15년 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답보 상태"라고 주주가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과거 보수적인 국영기업문화의 잔재 때문인지는 몰라도 KT&G의 경영진은 혁신적인 변화를 선두 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배구조 또한 글로벌기준에 비추어 투명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번 주주제안의 핵심은 KGC 한국인삼공사가 인삼사업에만 집중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인적분할과 재상장이다.

한국인삼공사를 인적분할 할 경우 KT&G는 담배사업부문과 인삼사업부문의 지주회사로 각각 분할하고, 이후 지분 100%를 가진 한국인삼공사를 떼어 재상장한 뒤 향후 흡수합병을 검토하는 방안이다.

KT&G가 '정관장' 브랜드를 통해 국내 시장점유율 86%에 매년 1조 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게 행동주의펀드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안다자산운용 분석에 따르면 현재 KT&G 재무제표상 KGC한국인삼공사의 장부가액은 7,620억원에 달하지만, 현재 시가총액 안에 인삼사업의 가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소비재 회사 평균 EV/EBITDA인 5.9배 기준으로 시가총액 약 10조원 가운데 담배사업부문 가치는 5조 5천억원, 현금성 자산 4,780억원을 제외하면 KGC인삼공사는 전혀 반영되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주제안을 이끌고 있는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박철홍 대표는 "한국인삼공사가 레드불(Red Bull), 몬스터(Monster) 등 70조원 규모인 글로벌 에너지드링크 시장에 진출해 3~5% 점유율만 달성해도 추가적으로 3~4조원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해마다 약 9%씩 성장해 2026년경 1,620억 달러 규모, 에너지드링크 시장은 연평균 7% 가량 늘어 3년 뒤 8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안다자산운용측은 인적분할과 함께 인삼 제품을 혁신적으로 리브랜딩하고, 이러한 전략을 실행할 마케팅과 글로벌 시장에 맞는 전문 경영진 또는 이사회 구성원을 충원하는 구체적인 밑그림도 주주제안을 통해 공개했다.

안다자산운용의 이러한 주주제안은 지난달 싱가포르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와 맥락을 같이 한다.

FCP는 지난 달 △권련형 전자담배(HNB)인 '릴'을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 △세계 1위인 KGC인삼공사의 분리 상장 △비핵심 자산을 통한 2조원 이상의 자금 확보 △자사주 매입프로그램을 3배로 확대 △지배구조와 ESG 개선을 위한 노력 등 5가지 개선 사항을 제안한 바 있다.

안다자산운용은 담배사업 부문의 경우 ESG의 흐름에 따라 "HNB R&D와 CAPEX에 5000억원 정도의 대규모 투자로 2030년까지 HNB 담배 제품의 매출비중을 100%까지 높여야 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성장하고 기존 궐련형 담배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KT&G가 별도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2.2조원 중 1.5조원을 기존의 주주환원 정책에 더해 앞으로 3년에 걸쳐 연간 5천억원씩 배당과 자사주매입에 사용하고, 글로벌 동종업체들의 평균 배당성향 80%에 맞추어 순수 배당성향을 증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해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한 안다ESG 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통해 SK케미칼에 대한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에 목소리를 키워왔다. 이어 지난 달 시리즈 2호 펀드를 추가로 모집하는 등 기관 투자자 등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보유한 KT&G 지분이 1% 미만이지만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 국내외 대형 기관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입장이다. KT&G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 7.55%, IBK기업은행 6.93% 그외 외국인 지분 42.8% 등이다.

박철홍 대표는 "저희는 자본시장의 Catalyst로서 숨겨져 있는 KGC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게 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위하여 국내 개인주주들과 기관투자자 뿐 아니라 해외 주요주주들과도 논의를 시작하였고, 이를 회사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잇딴 주주제안을 받은 KT&G측은 "회사는 항상 주주들과 소통하며 합리적인 의견 제시에 귀 기울이고 있다"며 "주주 의견에 대해서 내용을 확인하고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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