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대응 질타한 尹 "한 점 의혹 없이 진상 밝히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1일 “행사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다”며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이번 대형 참사가 발생한 이면도로뿐만 아니라 군중이 운집하는 경기장·공연장 등에 대해서도 확실한 인파 관리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후속 조치와 관련해선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아직 인파 관리 또는 군중 관리라고 하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개발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드론 등 첨단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해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제도적 보완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관계 부처 장관 및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 안전 시스템 점검 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우리 사회가 슬픔과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주 초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안전 주무 부처라는 각별한 각오로 안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세워달라”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권한과 책임을 구분할 게 아니라 미리 협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먼저 “(사망자와 부상자) 대다수가 아들딸 같은 청년들인데, 더욱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부모님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 기관에서는 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한분 한분 각별히 챙겨드리고 유가족을 세심하게 살피라”고 주문했다. 국무위원들에는 “관성적 대응이나 형식적 점검으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며 “사고와 재난에 대한 대응은 철저하고 용의주도하게 이뤄져야 한다. 장관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장례 절차를 비롯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거듭 당부한 것이다.
다만 이런 차분한 분위기는 오후 들어 분위기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경찰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지면서 참모들 사이에선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사고 당일 오후 6시쯤부터 ‘압사당할 것처럼 인파가 몰린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실제 참사가 있기까지 관련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는 보고를 우리도 오늘 받았다”며 “상황의 위중함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도 직접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상을 밝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하라"고 질타했다고 한다. 여권 내에선 더 발언 수위를 높이는 인사도 있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익명을 전제로 “오늘 관련 부처가 다 뒤집어졌다”며 “경찰 외에 대검에서 강제수사를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감찰·수사 결과에 따라 광범위한 문책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 직후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 “슬픔과 비통함 가눌 길이 없습니다. 다시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 블록 떨어진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으로 도보로 이동해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붙인 추모 메시지를 살펴봤다.
◇“취약 차주 부담, 은행권 역할 해달라”=윤 대통령은 용산 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오찬을 하고 “시장 상황과 취약 차주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있어 은행권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이 부대변인은 전했다. 참석자들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대책과 관련한 시장 상황을 점검했고, 윤 대통령은 유동성 대책을 신속히 진행하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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