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소멸 의약품 중 '수입 3위' 가다실…HPV 예방·치료백신 국산화 언제쯤
국산 후발의약품 아직 없어
SK바사 등 개발 중…상용화는 시간 걸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미국 글로벌 제약사 MSD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 ‘가다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가다실 4가의 특허권 만료에도 국산 후발의약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HPV 예방 백신과 치료 백신 개발에 뛰어들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외국산 백신을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독점’ 가다실 2년새 약가 급등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가다실 4가의 특허는 이미 2014년 만료됐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동등 의약품 ‘서바릭스’를 출시했으나, 국산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등재특허권 소멸 의약품 명단을 보면, 가다실은 특허권이 만료된 의약품 중 로슈의 항암제 ‘허셉틴’, 쿄와기린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스타’에 이어 수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허셉틴과 뉴라스타의 경우 모두 국산 바이오시밀러, 바이오베터 등이 개발돼 있는 만큼 높은 수입을 보이는 의약품 중 가다실만이 유일하게 국산 대체재가 없다. 가다실 수입은 2019년 1100만달러(156억원), 2020년 1200만달러(170억원), 지난해 1245만달러(176억원)로 꾸준히 늘었다.
국내 HPV 예방 백신 시장에서 가다실의 점유율은 7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독주 속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MSD는 가다실 9가 백신 공급가를 지난해 4월 15% 올린 데 이어 올해 7월에도 8.5% 인상해 현재 국내 공급가만 15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병·의원에서 접종하려면 3회 60만원 수준에 달해 부담도 큰 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약가 인상에 대해 “의약품 가격은 접근성과 국민건강에 관련된 중요한 사항”이라며 “의약품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되고 경쟁 제한 행위가 있을 경우 이를 모니터링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HPV 예방·치료백신 국산화 시간 걸릴 듯
결국 HPV 예방백신의 약가를 낮추려면 국산 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다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HPV 예방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던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2020년 백신 후보물질 ‘NBP-615’에 대한 임상 2상까지 완료해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임상 3상 진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포스트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HPV 예방백신도 파이프라인에 두고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진도 HPV 예방백신 ‘EG-HPV’의 임상 1상을 2014년 마쳤으나,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다른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며 현재까지 후속 임상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HPV 치료백신 개발은 활발한 편이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자궁경부암 치료용 DNA백신 ‘GX-188E’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투여 임상 2상을 최근 성공적으로 마쳤다.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에서는 객관적반응률(ORR) 31.7%를 보여 10%는 완전관해, 21.7%는 부분관해를 보였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도 17.2개월로 치료 효과 및 생존기간 연장 가능성을 나타냈다. 셀리드 또한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자궁경부암 면역치료백신 ‘BVAC-C’ 임상 2a상 결과를 발표하고 ORR 27%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현재 임상 2b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HPV 예방백신 가격 인하를 위해서는 국산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개발 과정도 어렵고 글로벌 임상 등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개발하는 기업도 부담이 클 것”이라며 “특허 만료에도 국내 개발이 부진한 품목이라면 국내 자립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방안이 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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