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컬리·쓱 잡겠다…롯데, 세계적 AI 테크기업과 손잡았다

1일 롯데쇼핑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온라인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식에서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영호 롯데e커머스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 팀 스타이너 오카도 그룹 대표, 루크 젠슨 오카도솔루션 대표, 데이빗 하디만 에반스 오카도솔루션 부사장. 사진 롯데쇼핑

롯데가 쿠팡·마켓컬리·쓱(SSG)이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 뛰어든다. 세계 최고의 배송 자동화 시스템 기술을 갖춘 영국 ‘오카도(Ocado)’과 손잡으면서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가 온라인에서도 ‘그로서리(식료품) 1번지’가 되겠다고 나서면서 135조원 규모의 국내 식료품 시장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영국계 글로벌 리테일 테크 기업인 오카도와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 관련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식료품 주문과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OSP는 자동화 물류센터(CFC)와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통해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핵심은 제품을 보관하는 바둑판 모양의 격자형 레일 디자인과 상품을 들어 올리고 포장하는 로봇이다. 벌집 매트릭스처럼 보이는 CFC에는 4만5000개 이상의 품목을 저장할 수 있고, 몇 분 안에 50개 품목 이상을 들어 올리는 게 가능하다.

영국 유통 기업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의 CFC 모습. 온라인 식료품 주문과 배송 전 과정을 다룬다. 사진 롯데쇼핑

매일 1시간 간격으로 33번의 배차가 이뤄진다. 따라서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지연 없이 주문한 물품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시 배송률이 98%에 이른다.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로 영국에선 식품 폐기율은 0.4%에 불과하다. 국내 대형마트(3%), 슈퍼마켓(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롯데쇼핑은 2025~2030년 국내에 6개의 CFC를 열 계획이다. 2032년 국내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매출 5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의 구매 이력과 성향에 기반한 맞춤 마케팅이 가능한 플랫폼도 별도 론칭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식료품 시장은 135조원에 이른다. 전체 소비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다른 상품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롯데쇼핑 측은 “OSP 도입으로 상품 변질과 품절, 상품 누락, 오배송, 지연 배송 등 그동안 소비자들이 느꼈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투자해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식료품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품군인 만큼 향후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영향력 확보와 연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카도는 미국 크로거, 호주 콜스 등 9개국 11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오카도의 OSP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 소베이의 정시 배송과 장바구니 정확도는 98%에 이른다.

영국의 유통기업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OSP)에서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 사진 롯데쇼핑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 팀 슈타이너 오카도그룹 최고경영자(CEO), 루크 젠슨 오카도솔루션 CEO가 참석했다. 신 회장은 “이번 협력이 두 회사가 상호 성장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현 부회장은 “이번 파트너십으로 롯데 유통군이 그로서리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타이너 CEO와 젠슨 CEO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하고 발전한 이커머스 시장”이라며 “한국 고객에게 하루빨리 새로운 경험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