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앤고' 트라우마에 후퇴는 없다…제 살 깎아 긴축하는 Fed

나상현 2022. 11. 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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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긴장 모드다. 1~2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 인상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건 12월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놓을 '신탁'이다.

시장은 ‘Fed 피벗(pivot·입장 선회)’을 기대하지만, 파월이 긴축의 키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40여년 전 트라우마가 Fed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사진제공=블룸버그]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며 “파월은 시장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비둘기적(통화 완화) 태도를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Fed가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출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더는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머스 전 장관의 경고에는 1970년대 Fed의 '스톱앤고'(stop and go) 정책 실패를 반복해선 안된다는 속내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을 비롯한 수많은 Fed 관련 인사들도 ‘70년대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고 나선 상황이다.


Fed '스톱앤고' 실패 트라우마…"70년대 반복은 없다"


스톱앤고는 하나의 통화정책 방향을 장기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와 경기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정책을 선회하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초반 Fed는 1차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자 기준금리를 최대 연 11% 선까지 서서히 올렸다.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세에 접어들자 Fed는 경기 반등을 위해 곧장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1979년 기준 물가상승률이 13%대까지 올라서며 미국은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에 접어들었다. 스톱앤고 전략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그해 8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폴 볼커 의장은 초고강도 금리 인상에 들어갔다. 당시 기준금리는 1980년에 이르러 무려 연 20%까지 치솟았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고 실업률도 급증하는 등 극심한 경기 침체가 이어졌지만, '인플레 파이터'라는 별칭답게 볼커 의장은 전례 없는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결국 1980년 3월 14.8%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던 물가는 빠른 속도로 잡히기 시작해 1986년에 이르러 1%대까지 떨어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뒤 당분간 유지하는 이른바 ‘스톱앤홀드’(stop and hold)가 통한 것이다.

2022년의 Fed도 70년대 '스톱앤고' 전략을 언급하며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파월은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70년대 Fed가 강력한 행동에 실패하며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야기하고 그 결과 80년대 초 가혹한 금리 인상이 있었다”며 “우리의 목표는 지금 단호하게 움직이면서 그런 결과를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이은 고강도 긴축에 Fed도 '순손실' 감내


제롬 파월 Fed 의장. [신화통신]
Fed의 강력한 긴축 기조가 '제 살 깎아 먹기'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감내하고 있는 것도 금리 인상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ed가 지난 14년간 양적완화(QE)에 따른 채권 매입 프로그램으로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사들였다. 보유 자산은 8조 7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들 보유 자산의 평균 수익률은 2.3% 수준으로, Fed는 이들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미 재무부로 보낸다. WSJ에 따르면 지난 한해에만 1070억 달러를 재무부에 전달했다.

반대로 Fed는 은행이 예치한 지급준비금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에 대해서는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Fed의 이자 지출보다 보유 채권 수익률이 높아 수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금리가 뛰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빅스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WSJ은 지난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상단이 연 3.25%로 오르면서 순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이번 11월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손실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Fed의 이자 순손실이 내년이면 6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시장의 기대와 Fed의 영업손실에도 'Fed 피벗'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ed는 이른바 통화정책 노선 선회(피벗)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면서 “Fed가 굳이 11월 FOMC에서 속도 조절에 대한 언급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성은 적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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