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꺾였다…中위축에 반도체값 하락, 7개월째 무역적자

정종훈 2022. 11. 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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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와 중국 시장에서 몰려온 먹구름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꺾였다.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 지속되고 있다. 향후 수출 전망도 어두운 편이라 당분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591억8000만 달러로 1년새 9.9% 증가했다.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면서 10월 무역수지는 67억 달러(약 9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 -24억8000만 달러로 시작된 적자 행진이 일곱 달째 진행되고 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폭도 355억8500만 달러(약 50조5000억원)까지 커졌다. 9월에 37억8000만 달러로 줄었던 월별 적자폭이 다시 늘었다. 이미 1996년(206억2400만 달러)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는 연간 적자도 400억 달러에 더 가까워졌다.

특히 국내 경제와 무역 전선을 이끌어온 수출이 흔들리는 양상이 뚜렷하다. 2020년 11월부터 23개월 연속 증가세가 지속되다 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게 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중국 시장 위축,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복합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경제는 미·중 갈등 여파와 '제로 코로나' 후폭풍,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맞물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수요 약세, 재고 누적 여파로 메모리반도체인 D램(8GB)과 낸드플래시(128GB) 가격은 각각 연초 대비 32.8%, 12.4% 떨어졌다. 여기에 역대 10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수출액의 기저 효과 영향이 더해졌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9대 주요 수출 지역 가운데 미국·유럽연합(EU)·독립국가연합(CIS)을 제외한 6곳은 수출이 줄었다. 특히 최대 수출국가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7% 떨어졌다. 일본(-13.1%), 아세안(-5.8%) 등도 수출 감소세가 나타났다. 지난 9월 반짝 흑자로 돌아섰던 대중 무역수지는 수출 부진 속에 다시 적자(-12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도 수출 역성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등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92억30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7.4% 급감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피하지 못 하면서 월 수출액도 100억 달러선 밑으로 내려갔다.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등 주력 상품들도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수출 감소폭의 77%가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수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만 두자릿수 증가로 체면을 세웠다.

반면 수입은 가격 고공행진 중인 에너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지속됐다.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 수입액만 전년 동기 대비 42.1% 급증한 155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비싼 가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겨울철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조기 확보 등도 영향을 미쳤다. 그 밖엔 반도체(21.9%), 정밀화학원료(57.2%) 등의 수입이 크게 늘었다. 다만 수입 증가율이 주춤하면서 전체 수입액은 8개월 만에 500억 달러대로 내려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긴급히 수출상황점검회의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출 활력을 끌어올리는데 나섰다. 이에 따라 주력산업, 해외건설, 중소·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대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범부처 수출투자지원반 등을 운영키로 했다. 무역금융 지원이나 수출 현장 애로 해소 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뚜렷한 반등 요인이 없다는 게 고민거리다.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 중국·반도체 시장 등은 향후 전망이 밝지 않아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시장은 내년 초 이후 회복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곳이 많다. 중국 시장도 조기에 회복세로 전환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반도체 단가 급락 등 글로벌 IT 경기 위축이 IT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수출)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출이 삐걱거리면 경상수지 악화를 비롯해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수출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요 협회들은 업종별 맞춤형 지원과 수출 리스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정부에 요청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일본·미국 등의 악재가 겹쳐 오면서 수출 환경이 빠르게 바뀌었다. 정부가 이전보다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일단 수출선 다변화와 수출기업 독려에 나서는 한편 환율 안정을 신경쓸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등 핵심 산업과 방산 같은 신산업의 기술력·전문인력 양성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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