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태원 참사, 국가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이정민 2022. 11. 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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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는 이미 예견된 인재가 아닐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을까요.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왜 추궁 말고 추도만 하라고 강요할까요. 대한민국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이 국민에게 애도만 하라고 할까요. 정말 애도만 하면 모든 게 끝나는 겁니까.

작금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물어보십시오. 이태원 참사의 참혹한 현장을, 안타까운 수백 명의 죽음을 보면서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 있는지. 마음만 아프기만 할까요. 밤에 잠도 못 자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심경입니다. 생때같은 청년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길을 가다가 서서 죽어갔는데... 세월호 트라우마가 다시 살아나는 듯, 심장이 터질 지경입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렇듯, 이태원 참사에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대한민국 정부는 정녕 헌법 제7조, 제34조를 제대로 지켰습니까.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관리법 제4조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습니까. 서울시와 용산구는 지역축제 안전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습니까. 서울경찰청은 경찰병력을 제대로 지원했습니까.

제발, 부디, 국민에게 애도를 강요하기 이전에 대한민국 정부에 되묻고 싶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도대체 누구 책임입니까.
   
이태원 압사 참사는 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해외 언론 제목만 봐도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 이태원 참사로 시험대 설 것>, <끔찍한 참사, 속보 타전>, <경찰이 인원 제한 등 통제했어야 비판>, <세월호 이래 최대 참사... 정부 대응에 의구심 제기> 등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은 제대로 된 사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에게 으름장을 내놓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틀 전,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핼러윈, 시민 안전과 질서 확립에 총력"이란 보도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부제는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위한 종합치안 대책 추진"입니다.

그 내용은 "이태원 핼러윈 주말 동안 시민 안전과 질서 확립 최우선 총력",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처음 맞는 축제 열기 고조", "소위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 방문 예고 대중 관심", "112신고 2배 이상 급증... 일일 약 10만 명 가까운 인원이 이태원관광특구 중심으로 집중" 등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책임 기관장들이 변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경찰 배치로 해결 됐을 문제 아냐',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역할 다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보수언론도 진보언론도 일제히 정부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습니다. 일례로 동아일보 <폭 3.2m '죽음의 골목', 청년들 앗아가다>, 조선일보 <28일에도 수만 명 몰려..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 한겨레 <10만 명 몰린다는 데 경찰 137명만... 뒷짐 행정이 빚은 인재>, 한국일보 <압사당한 청춘들... 또 국가는 없었다>, 경향신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회피성 발언> 등이 있습니다.

국회도서관 온라인 도서 검색에 '대규모 시민참여 행사'를 단어를 치면 수많은 학술논문이 나옵니다.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는 행정안전부에서 펴낸 자료입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첫 장부터 '안전관리 헌장'이 나옵니다. 내용을 보면 "안전은 재난, 안전사고, 범죄 등의 각종 위험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재산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근본이다. 모든 국민은 안전할 권리가 있으며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헌장 2항을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안전 기본권을 보장하는 안전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안전을 위한 투자에 최우선의 노력을 하며, 어린이-장애인-노약자는 특별히 배려한다"고 적시했습니다.

논문 <대규모 시민참여 이벤트 행사의 문제점>에 따르면, 1959년 7월 17일 부산 공설운동장 '시민 위안의 밤' 67명 압사 사고 등 다양한 압사 사고가 전국적으로 계속 전조증상처럼 이어져 왔습니다. 어떻게 정부는 주최 측이 없는 행사였다며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정말 진지하게 되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대한민국 국가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도대체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 도대체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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