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찾는 여행사, 이걸 왜 하냐면요
[황동환 기자]
▲ ㈜조그마한 여행사 조원희 대표. |
ⓒ <무한정보> 황동환 |
자신을 여행가로 불러달라는 사람답게, 그와의 인터뷰는 이웃한 아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제주도 여행을 지원하는 학교현장에서 진행됐다.
충남 예산에서 '㈜조그마한 여행사'를 운영하는 조원희(45) 대표를 찾는 이들은 주로 청소년들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패키지 여행상품, 저가형 해외여행을 판매하는 일반 여행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굳이 규정하자면 청소년을 위한 소규모 여행사다.
그는 "어떻게 해야 삶이 바뀔까 고민하다가 여행 속에서 아이들이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이 어디 가서 소통만 잘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기회가 아이들에게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청소년이 가장 여행이 필요한 이들이다. 가장 많은 것을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작은 변화에도 큰 것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여행은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행사를 운영하고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이유다.
지난 2015년 예산읍 관작리에서 문을 연 여행사는 △삽교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도네시아 스메루 화산탐험 프로젝트 △군내 중학생들이 실행한 베트남 세일즈 여행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기 위한 뿌리찾기 원정대 등 특별한 여행을 상상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여행프로그램 연구개발·기획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전 직원이 4명인 회사의 중심에 스스로를 '여행가', '기부조성가'로 소개하는 조 대표가 있다. '베트남 현지 세일즈 여행'은 '예산군'을 여행상품으로 판매하는 청소년들을 상정하고 만들었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길 바란" 의도를 담았다.
코로나 직전인 2018년 12월 예산여중과 예산중학교에서 1명씩 2명이 여행프로그램을 신청했다. 학생들은 먼저 국내에서 '관광예산'을 홍보하는 세일즈 훈련을 받은 뒤, 베트남 현지를 찾아 여행객을 대상으로 실행에 옮겼다.
▲ 여행사가 ‘활동실’로 부르는 사무실 한 켠에서 청소년들이 각종 텐트·배낭·침낭·버너·조리도구 등의 사용법을 익히며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
ⓒ ㈜조그마한 |
'뿌리찾기 원정대'는 예산군이 전국에서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 착안해 여행으로 만들었다. 재미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올해 여름 처음 시도한 청소년 대상 여행프로그램이다.
"파고들어가 보니 고려인까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한서대와 함께 연구개발한 여행프로그램을 예스21청소년재단이 받아들였다. 인삼공사의 후원으로 카자흐스탄 여행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외에 생존해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을 찾아 떠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에서 선발된 청소년 8명과 함께 지난 8월에 13일 동안의 여정으로 카자흐스탄을 다녀온 조 대표는 "여행 첫 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김안나라는 인물을 새로 찾게 됐다"며 내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분이 제대로 조명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나 독립운동 관련 단체가 나서 후속작업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작은 여행사를 추구한다. "처음부터 작은 여행사를 목표로 했다. 더 작아질수록 아이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봤다, 작은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작은 것을 추구했더니 저도 모르게 제 꿈도 작아졌지만, 대신 그만큼 어려움도 적어졌다"고 말한다.
2014년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장항선 열차에 몸을 싣고 무작정 향하던 중 해질녘 들판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예정에 없던 신례원역에 서 내린 것이 지금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다시 기차나 버스를 탈 생각으로 일단 내려 주변을 둘러보며 걷고 싶었다. 명지병원 근처를 지나던 중 마음에 들었던 곳이 있어 별다른 고민없이 여행사 사무실로 정했다"는 말이 소설처럼 들린다.
어머니의 고향이 응봉면이었다는 것도, 외삼촌이 운영하던 작업장이 회사가 있는 관작리에 있다는 사실도 사무실을 얻은 후에야 알았다고 한다.
"한서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다가 어느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좁아진다고 생각했다. 한서대학교에서 기부학을 가르쳤다. 2012~2014년까지 평생교육학 전공과정에 기부학 교과목이 있었다. 그러다 여행으로 기부학을 통해 내가 전하고자 했던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내면에서 솟아오를 무렵 용산에서 장항으로 향하는 기차여행을 하다가 만난 곳이 예산이다."
조 대표가 1997년 경기도 군포시 흥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전공한 과목은 컴퓨터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 군복무 후 2000년 한서대로 진학해 전공을 청소년학으로 전환했다. 이후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청소년학과정을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기부학 전문가과정을 이수했다. 대학원은 2년에 마쳤지만 인디애나대 과정은 4년이 걸렸다.
"기부, 돈 이야기만은 아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그의 '기부학' 이야기는 낯선 분야다. 기부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됐던 건 '돈과 재능을 타인을 위해 제공'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었다.
▲ 여행사가 개발한 여행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조 대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조그마한 |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선 전혀 접점이 보일 것 같지 않던 '여행'과 '기부학'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면 서로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듯 그가 만드는 여행 프로그램의 바탕에는 '기부학'이 깔려 있다.
"반드시 돈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돈을 모아야 할 수 있는 것이 기부의 전부는 아니다.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 속에 여행이라는 방법으로 풀어보고자 뛰어든 일이 여행사"라고 들려줬다.
조 대표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예산군에 있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여행 가고 싶을 때 여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며 '청소년 무료여행 프로그램' 실행을 목표로 설정했다. "아이들 4명이 가려다 3명이 간 여행프로그램이 많다. 영리회사다 보니 여행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비용 부담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나온 발상이다.
그는 '다음 여정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여행은 평등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기회가 필요하다"는 표현에서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와 단호함을 보니 괜한 걱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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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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