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협'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핵실험 대신 ICBM 발사 가능성"
비난·성명 발표한 뒤 도발 반복 패턴
中 "한미훈련 탓에 지역 안보 불안해져"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군사적 도발로 규정하며 "강화된 다음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비난이나 성명을 발표한 뒤 도발을 반복하는 근래의 패턴을 볼 때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그에 상응하는 중대한 도발에 나설 우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의 입장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해 '정권 종말'을 경고한 데 이어 핵 보유국 인정 가능성까지 일축한 반면,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북한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핵실험 준비 마친 北… 추가 도발 우려
1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전날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자주권과 인민의 안전, 영토완정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 인민군 부대들의 최근 군사 훈련들이 미국과 남조선에 의하여 조성된 불안정한 안보환경 속에서 진행되였다는 데 대하여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며 한반도를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또다시 남측에 돌렸다.
앞서 북한은 호국훈련 마지막날이던 지난 28일 오전 11시 59분부터 낮 12시 18분까지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도발의 책임을 남(南)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호국훈련을 "무분별한 대결 망동"이라고 직격한 바 있다.
美 "핵 쓰면 종말"… 中 "긴장 고조 한미훈련 탓"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위협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1일(현지시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 "결코 정책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지난해 북한 정책 검토 이후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목표였으며 향후에도 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비핵화에 기반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날 2017년을 끝으로 중단됐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5년 만에 재개됐다고 보도하면서 한미훈련이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자칫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중국이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 주도의 군사훈련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최근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의 호주 배치는) 지역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핵실험은 '마지막 카드'… "ICBM 발사 가능성"
북한의 위협이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다음 조치'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곧바로 핵실험을 감행하는 게 아니라 도발의 수위를 끌어올리고자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한 뒤 핵실험 시기를 두고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외무성의 담화에 대해 "강화된 군사적 조치의 시기는 오는 7일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예상된다"며 "미국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고 핵실험은 최후의 카드로 남겨둔다는 측면에서 조치 내용은 화성-15형 또는 화성-17형 등의 ICBM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만큼 평양 인근에서의 ICBM 발사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ICBM 발사 후 미국의 반응을 봐가면서 7차 핵실험 여부와 그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확고한 대북 억제태세를 강조하면서 북한에 거듭 대화를 촉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 정세는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우리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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