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하지 않고 꼭 살리겠다"…중학생 CPR 교육현장 가보니 [영상]
1일 오후 1시30분 대전시 서구 119시민체험센터. 대전문지중 1학년 학생 20여 명이 담임교사와 함께 들어섰다. 심폐소생술(CPR)을 체험하는 생활응급처치 체험장에선 2인 1조로 자리를 잡은 학생들에게 최경민 소방위가 CPR의 중요성과 방법, 자동 심장충격기(AED) 작동법을 설명했다. 초등학교 때 이미 CPR 교육을 받았다는 학생들은 최 소방위 설명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며 주목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했던 학생들은 영상을 통해 현장에서 CPR이 이뤄진 모습을 봤다고 했다. 학생들은 CPR을 할 때 어느 지점을 압박해야 하는지, 분당 100~120회를 눌러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고 있었다. 실제 체험에 들어가자 학생들은 온 힘을 다해 2분을 버텼다. 체구가 작은 여학생들도 번갈아가며 2분을 지켰다.
2분간 번갈아가며 분당 100회씩 압박
최경민 소방위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23.5%만이 CPR을 할 수 있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민이 CPR을 배워야 한다”고 하자 학생들은 “맞다, 맞다”며 주먹을 굳게 쥐었다. 20분간 진행한 CPR 체험 내내 누구 하나 한눈을 팔지 않았다. 지금 배우는 체험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안해슬(13)양은 “예전에도 CPR을 배운 적이 있는데 오늘은 (체험이) 남다르다”며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실제 상황을 접한다고 해도 당황하지 않고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이태원) 사고를 보고 충격이었다. 앞으로 사고를 목격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다짐했다.
11살 아이가 엄마 살리기도
최경민 소방위는 “몇 년 전 대전에서 11살 남자아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엄마를 CPR로 살린 사례도 있었다”며 “초등학교부터 꾸준하게 CPR 체험과 교육을 받는다면 위급한 순간에 누구라도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로 CPR 중요성 커져
이태원 참사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자치단체와 소방당국이 체험시설을 확보, 시민에게 심폐소생술을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전소방본부와 각 소방서에 따르면 2014년 개관한 119시민체험센터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과 화재·지진 등 재난 대피를 교육하고 있다. 체험센터에서는 2017년 4만8946명, 2018년 4만9601명, 2019년 4만9788명이 교육을 받았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000여 명이 119체험센터를 찾았고 올해 들어서는 9월 말까지 9300여 명이 방문했다. 119체험센터는 방문객을 30명 단위로 나눠 소화기와 옥내소화전 작동법이나 탈출·피난기구 사용법을 교육한다. 방문객은 30분~1시간에 걸쳐 CPR 체험도 교육받는다.
대전에서는 119체험센터와 함께 일선 소방서에서 전문인력을 각급 학교로 보내는 심폐소생술과 화재·지진 대피 요령 등을 교육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5만7000여 명이 찾아가는 ‘소소심’(소화기.소화전.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 이 가운데 실제 상황에서 CPR을 할 수 있는 중학생 이상은 14.2%(8100여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4만9000여 명은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이다. 일선 소방서에 배치된 소소심 교육담당 직원은 전문인력 1명과 보조인력 1명뿐이다.
대전시·소방본부, 시민 대상 CPR 교육 확대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평소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당황해서 선뜻 나서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와 대전소방본부는 CPR 교육 등을 강화하기 위해 119체험센터를 체험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연면적 6000㎡)의 시민안전체험관이 건립되면 연간 교육 인원이 15만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 상반기 시민안전체험관 확충 대상 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2016년 정부가 1차 확충 대상 지역 8곳을 선정할 당시 대전은 119안전센터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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