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10명, 한 손가락씩 맡았다…'1명 신원 미상' 푼 40시간
31일 낮 오후 2시까지도 재난방송에선 ‘1명 신원 미상’이라는 자막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발생(29일 오후 10시 22분)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30일 오후 9시 경찰은 사고 당일 사망자 154명 중 153명에 대한 신원 확인을 끝냈다. 그러나 남은 1명의 40대 여성이 누구인지가 미궁에 빠져 있었다. 17세 이상 내국인은 경찰청 지문검색시스템(AFIS)를 통해 주민등록 당시 등록한 지문과 대조해 신원을 특정하지만 이 여성의 지문은 아무리 반복해도 일치되는 지문이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이 여성에 대해선 미성년자라거나 외국인이라는 등 추측들이 난무했다.
30일 새벽 경찰은 서울경찰청 소속 당직 과학수사관 전원을 소집했다. 이중엔 경찰청 소속 36명의 지문감정관 중 십여명이 포함됐다. 24시간이 지나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서울청 과학수사대 내부에선 “다시 지문을 채취해서 돌려보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31일 오전 병원에 안치된 시신에서 지문을 다시 채취했고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감정관 10명에게 손가락 하나씩을 맡겨 다시 검증에 착수해 이날 오후 2시30분께 결국 이 여성이 40대 후반의 내국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등록당시 채취된) 데이터베이스 상의 지문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치하는 후보군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희생자 99%, 하루 이내에 신원확인 마쳐
지문 채취는 끈적이는 성분이 포함된 전사지와 분말을 이용하여 손가락 지문의 융선 문양을 뜨는 방식이다. 그 전사지를 스캔해서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하면 유사도가 높은 지문이 순서대로 노출된다. 경찰은 30일 새벽 시신이 안치된 40여개소에 과학수사관을 4인 1조로 파견해 사망자 전원에 대한 지문에 대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은 교차 검증에 나섰다. 김분순 경찰청 지문감정실장은 “제일 중요한 건 정확성이다. 지문 감정에 있어서 오감정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엔 워낙 많은 사망자가 있어서 한시라도 빨리 확인해서 가족들에게 전달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는 DNA 검사, 외국인은 법무부 자료와 대조
17세 미만으로 주민등록을 하지 않아 지문 자료가 없는 미성년자는 유가족 DNA 대조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다. 어머니·이모와 함께 변을 당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실종자 접수처에 생존 유가족이 등록한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이 확인됐다. 외국인의 경우엔 법무부에 보관 중인 지문자료를 경찰청 지문검색시스템과 연계해 신원이 확인됐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출입국외국인청에서 90일 이하 단기체류자의 경우 양손 검지손가락 지문을, 90일 초과 장기체류자는 열 손가락 지문을 보관하고 있다. 현재까지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이다.
1일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6명(남성 55명, 여성 101명)으로 2명 늘어났다. 중상자 29명, 경상자 122명으로 부상자는 총 151명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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