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없다, 그보다 더 불안한 것 [도시연구자 경신원의 '집' 이야기]
[경신원 기자]
▲ 금리 인상, 거래 절벽 등의 여파로 아파트값이 계속해서 하락 중인 가운데 지난 10월 20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27% 떨어졌다. 이는 2012년 6월 11일(-0.36%)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
ⓒ 연합뉴스 |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를 신규 매입한 20~30대는 총 4150가구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1만 6345가구에 비해 4분의 1가량으로 급감한 수치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전세 보증금 대출 부담이 커지자 20~30대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2019년 4월 109만 원에서 2022년 8월 126만 원으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밀레니얼이 '주택마련'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당분간 관망하면서 '내 집 마련'의 시기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018년 한국리서치에서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 집 마련'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 부동산 인식 및 정책선호(2018) |
ⓒ 한국리서치 |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는 심리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는 심리적 욕구는 주택시장이 과열될수록 높아지는데, 이는 비단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주택시장이 과열되었던 지난 7~8년 동안 미국, 호주, 영국 등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0~30대 밀레니얼은 주택을 소유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과도하게 대출받거나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보증금을 마련하느라 고군분투했다. 평생을 일해도 내 집을 가질 수 없다는 불안감이 주택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는 심리에 대해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내 집을 소유하려는 것은 인간의 생존본능이다. 의식주의 '주'가 흔들리는 것은 식량 문제와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현상이다. 생존에 대한 위협은 저소득층과 고령층 같은 취약계층에 더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집값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은 취약계층에 더 큰 위험 요소다"라고 이야기했다.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은 초기 작품인 <가장 푸른 눈>(1970)에서 '집'에 대한 소유는 인종차별이 횡행했던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에게 정치적인 권리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인 흑인들에게 집이란 무엇이며, 그 집을 일구려는 노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근대 서구사회에서 정치적 의사결정권의 박탈과 깊게 연결된 집없음이라는 현실, 혹은 집 밖으로 내몰리게 되는 비극을 타개하고자 했던 미국 흑인들의 분투 과정을 통해 인간 보편의 생존 조건으로서 거주에 대한 내면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서민들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공공임대주택 물량의 확대에 대한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도 인간의 본능적인 열망에서 기인한다.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입주는 주거의 불안정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다.
그러나 주거의 불안정보다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주택 마련'이라는 숨 가쁜 경주에 참여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감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나타날 사회적, 경제적 추락이다. 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순간의 선택이 자신의 자녀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리라는 불안한 예측이다. 자고 일어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은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킨다.
해방둥이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집은 자산과 가족의 주거 안정과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사는 곳'과 '사는 것'으로서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즉, '내 집 마련'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현재 40~50대가 된 X세대와 20~30대 밀레니얼에게는 나의 '어떤 집'이 '어디에'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집은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말해주는 '바로미터'가 된 것이다.
가파른 경제성장의 시기를 보낸 해방둥이 세대의 전폭적인 관심과 보호 속에서 성장한 X세대와 어떤 세대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질 높은 교육을 받은 밀레니얼은 우리 사회에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성장기를 보냈지만,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고용환경 속에서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꿈을 잃어버린 첫 세대가 되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취업의 관문을 뚫고 직장을 구해도 소득 대비 터무니없이 오른 집값과 대출 규제와 대출이자가 그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내 집 마련부터 해야 결혼, 출산이 가능해진 오늘날의 상황에서 집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생존 욕망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부채를 진 38만여 가구는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힘겹게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을 뿐 아니라, 유사시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0일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와 주택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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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택시장이 장기적인 침체시기를 겪고 있었던 2015년 벼룩시장부동산에서 온라인회원 7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60대 이상은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소유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20대부터 50대까지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나의 집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4%가 '상황이 되면 소유하면 좋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을 반드시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53%가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고 대출 이자는 분명히 부담이 되니깐'을 꼽았다.
주택가격은 물론 떨어져도 걱정이다. 현재의 상황이 혹여 장기적인 주택시장의 침체로 이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집을 둘러싼 갈등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어느 순간 '생존 욕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삶에서 집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집은 생존을 유지하게 하는 장소이며, 이에 대한 소유본능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소유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분명 우리의 삶을, 우리의 사회를 피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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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곽금주 (2020. 12. 7) [곽금주의 심리로 읽는 세상] 집을 소유해야 하는 심리 왜 생기나? 한경닷컴 이일수 (2016) “집없음”에서 일구어낸 거주의 새 단계: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과 ‘파라다이스’ 읽기. 미국학 39(1): 10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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