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2차전지 세계점유율 40% 목표…‘K배터리 동맹’ 만든다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제2의 반도체’로 키우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지원을 본격화한다. 2030년까지 배터리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리고,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배터리 동맹(얼라이언스)’를 출범해 배터리 소재 광물의 확보를 위한 해외 자원개발도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삼성SDI·SK온·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과 함께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열고 ‘이차전지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공동의 전략을 수립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주요국의 자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며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전체 판매 실적의 56.4%(상반기 기준)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25.8%의 점유율로 2위다. 중국 내 자국 시장이 전 세계 시장의 약 55%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선 한국이 가장 우월한 위치를 갖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한국이 2030년까지 세계 점유율 40%, 50조원 이상의 국내 투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광물확보 위해 해외 자원개발 지원
구체적으로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민·관 합동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구성했다. 해외 자원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리튬·니켈·코발트 등의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해외 프로젝트를 선별해 업계에 공유하면, 업계가 광산 개발·공급 구매계약 등으로 진출하는 방식이다. 호주·캐나다·칠레 등 자원이 풍부한 국가와 이미 맺은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현지의 유망한 개발 프로젝트도 발굴한다.
확보한 광물은 국내 제련기업이 가공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에서 제련하면 융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여기에 한국무역보험공사·한국수출입은행 등이 5년간 3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지원한다.
정부는 미국이 자국에서 채굴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에만 전기차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난관에 봉착한 배터리·소재 기업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용필 산업부 소재융합산업정책관은 “민간 기업이 아무래도 해외 자원개발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요청이 있었다”며 “광해공단이 직접 해외 자원개발에 투자하는 것에는 제약이 있지만,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기업 프로젝트에서 협업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50조 규모 국내 배터리투자 지원
아울러 배터리 분야에 2030년까지 1조원의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해 ‘배터리 초격차’를 위한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0㎞에서 800㎞로 늘릴 수 있는 하이니켈 양극재·실리콘 음극재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당초 2027년 상용화 목표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전고체 전지는 1년 앞당겨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추진한다. LG엔솔은 업계 최초의 4680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충북에 신축하고,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짓고 있으며 향후 국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SK온은 하이니켈 배터리를 2024년까지 최초 개발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은 2030년까지 약 19조5000억원을 배터리 R&D에 투입할 전망이다. 이밖에 시설투자 30조5000억원 등 총 50조원의 국내 투자 계획이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시 대기업에 적용하는 세액공제율(6~10%)을 중견기업과 동일한 수준(8~12%)으로 적용한다. 또 5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제공하고 1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올해 안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정부, 수출 체질개선에 선제 착수”
연평균 32% 수준의 급성장세를 보이는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는 ‘배터리 순환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사용후 배터리 통합 관리체계의 법제화도 검토한다. 국내 배터리 전문가도 2030년까지 1만6000명 이상 양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개최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도 이차전지 수출 동력 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공급망 안정화 체계를 제도화하기 위해 ‘공급망 기본법’을 제정하고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설치해 부처별 공급망 정책을 연계하기로 했다. 또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신설해 경제안보품목 확보, 수입선 다변화 등을 지원하는 기금을 마련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세계 경기 여건이 개선되면 수출이 빠르게 증가세로 반등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출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수출 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수출구조 체질개선에 선제적으로 착수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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