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차별' 미 IRA, 유럽 화났다…프랑스는 11조 손해 추산
유럽연합(EU)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럽산 전기자동차(EV)와 배터리,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관련한 기기를 캐나다·멕시코산과 동등하게 대우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로이터·AFP 통신 등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무역장관들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자국 기업 피해를 언급하고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EU 이사회 의장국인 체코의 요제프 시켈라 통상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IRA는 극도로 보호주의적으로 유럽 수출에 피해를 줘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EU가 캐나다·멕시코와 같은 대우를 받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U집행위원회의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이 갈등은 해결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한국 등 다른 나라들도 EU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대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분간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회부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에 서명한 IRA에 따르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최종 생산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100만원)의 보조금을 세금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이에 따라 EU와 한국, 일본산 전기차가 차별 받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EU와 미국 간의 무역 불화가 커지면서 무역전쟁 위협이 높아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30일 전했다. 특히 EU 양대 경제국이자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있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반발이 심하다. 프랑스는 IRA로 프랑스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전하게 되면 80억 유로(약 11조 25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솔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26일 업무오찬을 하면서 IRA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에 강경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는 걸 꺼려온 독일도 이번에는 강경론에 힘을 실었다.
FT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IRA와 비슷한 보조금 제도를 거론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자국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데, 유럽은 문이 열려있다"면서 "우리 역시 미국인들처럼 '유럽산 우선구매법(BEA·Buy European Act)', 즉 우리 유럽 제조사들을 위해 (보조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은 FT에 "자체 보조금 제도로 IRA에 대응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힘든 과정이지만 미국과 계속 대화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유럽에 투자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여건을 조성하는 등 우리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EU집행위도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합의하지 못할 경우, EU가 마크롱 대통령 의견처럼 강경한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돔브로우스키스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미국과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이 이미 우리의 대응"이라면서 "현 단계에선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 고려하기 전에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IRA 차별 문제 논의를 위해 구성한 미국과 EU의 TF 첫 회의는 이번 주에 열릴 예정이다. 구체적인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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