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 앗아간 이태원 참사…백발의 노인, 모자 벗고 큰절했다

황희규 2022. 11. 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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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참사 사망자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별로 마련한 합동분향소는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이틀째 추모객으로 붐비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공직자, 정치권 인사, 시민 등 너나 할 것 없이 추모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1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로비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21101

부산시청 1층 로비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1일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오전 9시쯤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과 시의원들이 단체로 찾았다. 9시 30분에는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헌화했다. 잠시 후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을 비롯한 간부 경찰관들이 헌화·분향한 뒤 거수경례로 고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일반 시민도 눈에 띄었다. 유모차에 어린 아이를 태우고 온 젊은 엄마가 헌화한 데 이어 백발의 노인은 모자를 벗은 뒤 큰절을 했다. 중년 여성은 딸로 보이는 여성의 손을 잡고 추모 대열에 동참했다. 부산시청 합동 분향소는 별도 종료 시점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1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로비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대구 두류공원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헌화한 김창일(47)씨는 “백발의 아버지가 딸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어달라고 오열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주말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 박모(54)씨는 “내 자식과 또래인 젊은 친구들이 꽃다운 나이에 하늘나라를 가게 돼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항상 참사나 사고가 발생한 뒤에서야 급급하지 않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는 공무원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일 오전 광주시청 시민의 숲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시청, 시의회, 교육청 공무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1 iso6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태원 사고 관련 사망자는 이날까지 156명, 부상자는 중상 30명을 포함해 총 152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희생자는 대부분 20~30대여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광주에 연고를 둔 오모씨와김모씨는 23세 여성으로 초등학교부터 십년지기 단짝 친구다. 두 친구는 은행 정규직 필기시험 합격과 백화점 승진을 기념하기 위해 이태원을 향했다가 함께 생을 마감했다. 유족들은 “갈 때도 같이 갔으니 하늘나라에서도 외롭지 않게 함께 보내주자”며 같은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했다고 했다.

노모(27·여)씨는 부산 사는 가족에게 “시험 잘 쳐서 장학금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걱정 마요. 다음 주엔 부산 갈게요”라고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노씨는 부산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다가 간호사가 되기 위해 올해 전남 목포 간호보건대학에 입학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비극에 간호사 꿈이 물거품이 됐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사고원인 조사를 위한 수사 진행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며 “이번 사례와 같이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정부는 오는 3일부터 인파가 몰리는 각 지역 축제 등에 대한 정부 합동점검을 하기로 했다. 또 주최자가 없는 행사도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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